부실 환경영향평가가 또 말썽이다. 부산시가 낙동강에 건설을 추진 중인 대저대교의 환경영향평가서 말이다. 평가서를 검토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대기 소음 진동 등 3개 분야에서 날조 정황이 있다며 현재 추가 정밀 검증을 벌이고 있다. 다음 달 도출될 최종 검토 결과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연내 착공은 이미 물 건너갔다. 환경평가 재조사와 보상비 증액 등으로 사업비 증가는 물론, 다리 건설을 전제로 수립한 교통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점이 지적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목적은 대규모 건설사업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사업을 보완하자는 데 있지만,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내용이 대폭 바뀌거나 취소된 경우는 거의 없다. “영향이 없다” 혹은 “있어도 미미하다”는 결론이 대부분이어서 사업의 당위성만 뒷받침해줄 뿐이다. 평가업체가 시행자로부터 용역비를 받기 때문에 발주처의 입맛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부실 혹은 왜곡 평가서를 낳는 토대가 된다.

엉터리 환경평가와 이를 못 믿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사업 연기 또는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경험했다. 을숙도대교 건설 당시 철새 문제가 불거져 착공에서 완공까지 8년이나 걸렸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침매터널의 환경평가도 생태조사와 환경피해조사가 무성의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낸 환경평가에 권위와 공신력이 있었다면 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환경평가가 사업 추진의 요식행위가 돼선 안 된다. 객관적 평가를 통해 단호하게 사업 취소도 가능하게 만들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선 발주처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가 발주하거나 제3의 기구에 검증을 맡기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부실 날조 왜곡이 확인되면 평가업체에 제재를 가해 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신뢰할 수 있는 평가라야 의견이 다른 주체를 서로 설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