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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영욕의 8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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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는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이 격렬하게 진행됐다.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제1세대로 불리는 4·19세대와 6·3세대가 대학을 다니던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생활을 한 그들이 주역이다. 정권을 잡은 신군부 세력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던 암울했던 시대상과 맞물려 ‘고뇌와 행동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1960년대생들은 한때 ‘386세대’로 불렸다. 그들이 대학을 나와 사회에 진출한 1990년대 중반 등장한 386컴퓨터에서 따온 이름이다. ‘분노의 폭발시대’를 보낸 이들은 정체성이 강하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세월은 흘러 그들이 중년기로 접어들면서 ‘486세대’ ‘586세대’로 불리다 이제는 ‘86세대’로 통칭된다.

시대적 산물인 86세대를 좁게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학생운동 세대로 한정한다. 여기서 1987년 6·29선언 이후 대학에 입학한 학번은 제외된다.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대학에 다녔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는 점에서 개념상 한계가 있다. 결국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대학을 나왔든 나오지 않았든, 학생운동을 했든 하지 않았든 모두 86세대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굳었다.

지난 30여 년간 86세대는 역사상 더 없이 좋은 세월을 보냈다. 완전 고용에 가까운 정규직 일자리 등 산업화 세대가 일군 과실을 이어받은 이 세대는 상층 노동시장의 점유율은 물론 근속 연수, 인구 대비 소득 점유율, 소득 상승률 부문에서 독점적인 혜택을 누렸다. 앞선 세대가 넘긴 성과를 ‘자신들의 차례’에 물려받은 행운의 결과다.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이들은 2002년 대선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사회의 주도세력이 됐다.

어느덧 86세대의 역할을 밀어내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왜 자식들에게는 질 나쁜 노동시장을 물려주는가.” 청년세대는 부모인 86세대가 양질의 일자리와 높은 임금, 권력을 독점하고 있어 불행하다고 아우성이다. 정치판에서는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가 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이에 86세대 일부 정치인은 반문한다. “정치권에 들어온 지 20년밖에 안 됐다. 당 대표를 했나, 대통령이 됐나.”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항변일 게다. 하지만 정치와 시장권력을 독점해 온 86세대의 역사적 책무가 여느 세대보다 크게 부각되는 시기라는 것은 부인 못 할 현실이다. 이 또한 시대적 산물인가.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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