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쯤 전국 각지에서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청년들은 저마다 각자가 겪던 문제를 이야기했고 이를 혼자 겪는 문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우리 사회는 약 15년 전부터 ‘청년문제는 일자리 문제’ ‘청년은 구직자’라는 단선적인 이해로 이 문제를 진단해왔다. 저성장의 장기화, 고용 없는 성장, 급변하는 사회,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 등으로 과거와 같은 진단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고 그렇게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는 더 복잡해져 갔다.

변화를 요구하는 청년의 목소리는 돌도 씹어 먹을 나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기성세대의 왜곡된 시선과 일자리만 구하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며 구태를 반복하던 정책, 근거나 전례 없음이라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퍼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황이 돌아가자 청년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세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선언하며 당사자 운동을 시작했고, ‘청년세대 구성원은 단일하지 않으며 청년문제는 복합적임’을 알리며 청년정책 도입 운동을 시작했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만으로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청년기본법’ 제정 운동도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청년이 겪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이 모였고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이하 ‘청년기본법 연석회의’)가 만들어졌다. 청년기본법 연석회의는 지난 3년 정도 기간에 걸쳐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1만 명 서명운동 토론회, 기자회견 등을 진행했고, 여러 사람의 노력이 모여 다가오는 오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제2소위원회에서 청년기본법안이 안건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날 안건이 무사히 의결된다 하더라도 이후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법사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 청년기본법이 비로소 제정되기에 청년들은 여전히 청년기본법이 연내 제정될 수 있을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청년기본법 제정 운동을 하면서 “중요한 문제다” “여야 간 이견이 없다” “곧 제정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간담회 등에서 자주 들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정당들의 정쟁의 근거로 청년을 호명하는 강도에 비해 국회 내 입법·예산 논의 과정에서 청년의제는 뒷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만들 것이라고 말하지만 선언에만 그쳐 있던 청년기본법안과 국회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를 다뤄왔던 방식과 닮아 있기도 하다.

청년기본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청년문제 해결 실마리가 바로 풀릴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데에는 이러한 사회현상이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청년기본법을 청년문제 해결의 출발선으로 정하고 입법운동을 해왔다. 이는 청년기본법이 제정된다고 청년문제가 당장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사회 진입 과정에서 생기는 청년의 어려움을 정부의 책무로 정하고 당사자 주도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의 출발선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약 15년간 청년문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나, 제도는 그대로인 상태가 지속돼 왔다. 일시적 실업위기가 아닌 불평등의 대물림이란 구조와 격차의 문제, 자존감, 다양성, 여유를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으로 청년문제는 누구도 한 번에 풀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청년기본법이라는 선언을 넘어 실질적 구현을 위해서는 후속 과제로 청년문제와 관련한 법령의 제·개정,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정책 개편 등이 빠르게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기본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청년기본법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연내에 제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은 총선 시기가 맞물려 20대 국회에서 청년기본법은 폐기될지 모른다. 청년기본법이 꼭 연내 제정되기를 바란다.

심오한연구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