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가 침체된 연산교차로 상권을 개발하면서 특정구역에 사업을 몰아줘 인접 상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교차로 동쪽인 한창정보타운 주변에만 4개 사업에 146억 원의 사업비를 이미 집행했거나 집행 예정이라는 것이다. 교차로를 둘러싼 6거리 전체로 따지면 6분의 1에 불과한 지역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7월 취임 1년 차 부산대개조 정책투어로 연제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산교차로 상권 활성화 르네상스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연제구청장도 비슷한 시기 “연산교차로 일대 환경 개선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시장과 청장이 약속한 사업이 맛거리 조성, 복합상권화, 보도 정비, 전선 지중화 등이다. 알고 보니 이 모든 사업이 한곳에만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지역부터 개발한다”는 구청의 입장은 수도권 우선 정책에 대한 비수도권의 비판에 정부가 대응하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

연산교차로 일대는 대표적인 상가 및 유흥가 밀집지역이지만 부산의 다른 중심가와 마찬가지로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8%대로 떨어졌던 공실률은 올 3분기에 11.7%로 더 확대됐다. 식당이나 주점이 많고 시설이 노후한 탓에 가로 환경이 지저분하고 복잡한 문제도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상권 부활과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일부에만 국한되는 이슈가 아니라는 말이다.

개발이 집중되는 쪽은 상인회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게 소외된 쪽 상인들의 말이다. 상인들의 상권 살리기 노력은 정당하지만 행정행위가 조직적이고 큰 목소리를 내는 쪽의 주장을 과다하게 반영한다는 의심은 사지 않아야 한다. 연제구는 최근 2030 장기종합발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9대 추진전략을 세우고 64개 사업에 4415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교차로 인근엔 유흥가뿐 아니라 대단지 아파트와 의료시설도 대폭 늘어났다. 지역 현황과 주민 욕구를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