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절차는 수사로 시작한다. 수사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히는 것이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피의자라고 한다. 피의자는 검사나 경찰관에게서 출석 요구를 받는다. 이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변호사 선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범죄를 인정하지 않거나, 혼자서 조사받는 것이 힘겹게 느껴지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다.

그림 서상균

수사하는 사람은 검사나 경찰관이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인 수사기관의 구성원이다. 수사를 전투에 비유해 보자. 전투의 핵심은 공격과 방어다. 수사기관은 공격하는 입장이다. 수사 경험도 풍부하고, 수사 자료도 많이 갖고 있다. 피의자는 방어하는 입장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날카로운 질문을 막아내야 한다.

경찰관의 질문에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여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변호사는 피의자의 조력자로 나선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제는 변호사를 물색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변호사나 지인을 통해서 소개받은 변호사를 찾아갈 수 있다. 인터넷에서 변호사를 검색하기도 한다. 이 경우 유의할 점은 허위나 과장 광고를 잘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를 고를 땐 쇼핑을 해야 한다. 가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옷을 사고 싶을 때 시간을 내어 여러 매장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최소한 2, 3곳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와 상담하는 경우 상담료를 지급해야 한다. 상담료는 사무실마다 다르지만 통상 20분에 5만 원 정도다. 사무실을 방문하면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

여러 명의 변호사를 만났다면 어떤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변호사를 골라야 한다. 서로 소통이 잘 되어야 사건을 충분히 검토하고, 수사에 대응할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변호사와 의뢰인은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변호사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는 거짓말의 조력자는 아니다. 거짓말은 반드시 늪을 만들고, 의뢰인은 그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오지 못한다. 변호사가 형사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피해야 할 변호사는 이렇다. 판사나 검사와 특별한 친분이 있다고 강조하는 변호사다. ‘이 사건을 해결할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다’고 장담하기도 한다. 오직 수임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를 넘어 ‘판사나 검사에게 접대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한다면 그야말로 하수구 변호사다. 무조건 녹음해서 수사기관이나 변호사협회에 신고해야 한다.

변호사를 어느 단계에서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 형사절차는 수사와 공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판은 형사재판을 말한다. 경찰 및 검찰은 수사 단계를, 법원은 공판 단계를 다룬다. 가급적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받는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수사와 공판을 나누어 선임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묶어서 선임하면 수임료도 비싸지고, 나중에 변호사와 마음이 맞지 않아 바꾸려고 할 때 수임료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수사와 공판 중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수사의 최종 결정권자는 검사다. 검사가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면, 공판은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판보다는 수사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수사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면, 공판은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 공판은 제1심, 항소심 및 상고심으로 이어진다. 제1심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다. 제1심에서 사실 및 증거에 관한 공방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이제부터 변호사와 의뢰인은 나침반을 보며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도착할 곳은 바로 ‘무죄’라는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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