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널리 확산되고 있다. 과거 인공지능은 전문가의 지식과 판단과정을 설명해주면, 컴퓨터로 표현·처리하려 했다가 장난감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사람은 깊은 지식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방식을 바꿔 전문가가 분류· 탐지·인식·예측·최적화 등 의사결정을 내린 대량의 사례 데이터를 사람 뇌의 학습기능을 모사한 대형 심층 인공신경망과 막대한 컴퓨터 연산 능력으로 학습해 성공을 거뒀다. 수백, 수천억 개 신경 노드를 갖는 초대형 심층 인공신경망에 막대한 양의 도서, 기사 등을 학습시켜 문장을 통째 다른 언어 문장으로 대응시키는 방식으로 번역기술과 자연어처리 기술을 혁신했다. 법조문과 판례를 통째로 학습시켜 유사 판례를 찾아내고 분석할 뿐 아니라 판결을 예측하며 계약서의 문제 조항을 찾아준다. 금융 분석 및 투자 결정, 신용평가, 기사 작성, 의료영상 판독 및 암 진단 등뿐 아니라 공장 공정설비의 이상 및 품질 이상 탐지에도 활용된다. 로봇기술과 결합해 복잡한 작업도 할 수 있다. 유명 연주자의 바이올린, 피아노 연주도 손가락 움직임과 터치를 감지해 데이터화해 학습하면 연주기술과 스타일을 터득하고 다른 곡도 연주한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사회적 문제도 많다. 일자리 감소, 부를 창출하는 주체가 사람 노동에서 인공지능으로 전환돼 경제의 근간인 개인 소득 창출이 어려워짐에 따른 사회 경제 재편,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본가와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든 일부 전문직과 국민 간 격차 확대, 왜곡되거나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의 공정성·신뢰성·윤리성이 문제 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에 사람의 역할, 일자리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량의 교육도 큰 숙제다. 지식 주입식 대량 교육에서 탈피한 새로운 교육 방식 및 체제가 요구된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또 다른 문제는 인공지능 자체를 학습시키고 교육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가정에서,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학습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좋은 내용을 많이 가르쳐도 제대로 학습되지 않거나 같은 것을 배워도 달리 학습된 경우가 많다. 사람은 각자 뇌의 뉴런 연결구조와 특성이 다르고 여러 경로로 보고 듣고 학습한 내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도 인공신경망 연결구조와 학습 데이터가 다르면 특성과 역량이 다를 수 있다. 같은 자료를 줘도 달리 학습하고 판정할 수 있다. 반대로 하나의 인공지능으로 표준화·통합하면 획일화로 인해 인류사회의 가장 큰 장점인 다양성을 상실할 것이다. 사람이 한번 잘못 학습한 버릇은 쉽게 고치기 힘들 듯 인공지능도 잘못 학습하면 교정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듯이 다수의 인공지능이 네트워크화되어 상호작용하면 더욱 통제·조정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인공지능은 언제든 초기화해 다시 학습시킬 수 있지만, 이미 막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대형 인공지능은 재학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큰 문제는 왜 이렇게 결정하는지 설명·해석·정당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 부분만 찾아내 교정하기는 더 어렵다. 학습한 막대한 데이터 중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기 어렵다. 전문가 의사결정 행태를 축적한 데이터가 사회적 가치와 반하는 비윤리적 내용, 편향성, 불공정, 불평등한 요소를 가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이들을 그대로 학습해 같은 문제를 반복할 소지가 크고 교정·개선하기 어렵다. 가짜 뉴스·정보를 양산할 수도 있다. 테러범, 범죄자와 비슷한 행태를 갖거나 조종당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인류는 후세대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과 지혜를 쏟아부었다. 이제 이러한 노력과 지혜를 인공지능 교육과 학습에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인공지능은 사람의 학습과 교육의 장점과 함께 문제점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교육의 시행착오와 문제를 반복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