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창원 경남대에서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을 열었다. 지난달 24일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으로, 정부가 주관한 첫 부마민주항쟁 기념행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부마민주항쟁을 “우리 역사상 가장 길고, 엄혹했던 유신독재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주의의 새벽을 연 항쟁”이라고 규정했다. 이로써 1979년 10월, 부산·마산 시민이 유신독재에 맞서 떨쳐나섰던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등과 함께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우뚝한 봉우리로 공식 인정됐다.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역사적 형식은 갖춰졌지만 내용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피해자 확인과 보상이 대표적인 과제다. 항쟁 당시 숨지거나 구금·폭행 등 피해를 당한 사람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 국가가 인정한 피해자는 200여 명에 불과하다. 30일 이상 구금자만 보상토록 제한한 관련법이 문제다. 이는 구금일수 제한이 없는 광주민주화운동과 대조적이다. 부마민주항쟁의 진상 조사기간도 올 연말이면 종료된다. 피해자 확인은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을 규명하는 핵심 작업이다. 구금일수 제한을 폐지하고, 조사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까닭이다. “숫자로만 남은 항쟁 주역과 피해자가 자신의 이름을 찾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주목한다.

부마민주항쟁은 완료되지 않은 진상 규명 외에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부마민주항쟁을 기념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어제의 노력이 더 발전된 민주주의로 확장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검찰개혁도 당연히 그 연장선에 있다. 정치검찰에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건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다.

더 중요한 건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실패해도 재기가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사라진 ‘계층상승 사다리’도 다시 세워야 한다. 평등이 없는 민주와 자유는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