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에서 가장 비극적인 아픔 가운데 하나인 천안함 폭침이 발발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당시 국립대전현충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사건 발생 당일에 뉴스 속보를 보면서 이틀 후인 3월 28일 일요일에 안장을 하면 되려니 하고 순진한 생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폭침 이후의 46명 용사의 시신을 인양하는 데에만 거의 한 달이 걸렸고, 함미와 함수가 두 동강이 난 탓에 6명 용사는 결국 시신을 찾지 못하였다. 46명 용사는 폭침 34일 만인 4월 29일에야 국립대전현충원 308판 특별묘역에 영면했다.

천안함 폭침을 비롯하여 서해수호 ‘55용사’의 위국헌신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 미력하나마 혼신을 다하였던 점은 나의 공직 중 더없는 보람과 행복이었다.

그런 가운데 부산과 울산, 경남의 보훈행정을 총괄하는 부산지방보훈청 청장으로 부임한 지 석 달이 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도시이고 동남권의 거점 지역인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민족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6·25전쟁 중에 산화한 자유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세계에 자랑할 UN 기념공원과 의열단 박재혁 의사와 여성 독립운동가 박차정 의사 등 여러 독립운동가가 보여주신 숭고한 보훈정신을 고양할 가치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곳 부산에서 나름대로 역사와 지리에 단시간 내에 친숙해지면서 현재도 보람차게 일할 수 있는 요인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무려 6년3개월 동안 너무도 행복하게 접했던 구국 정신을 들 수 있다. 바로 그 가운데 백미가 천안함 용사의 정신이다. 단순히 현충원장으로 직책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용사 한 분 한 분 모두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가족까지도 머릿속에 입력되어 나 자신도 천안함 가족의 일원이 된 것처럼 느꼈다.

그러기에 이곳 부산에서 부산 출신 천안함 용사들에 대해 갖는 애정은 당연하다. 46명의 용사를 고등학교 출신 기준으로 보면 6명이 부산 출신이며 울산과 경남권에 5명의 용사가 포진해 있다. 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출신이나 고향의 기준이 한 곳에 평생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성장기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라면 청소년기의 중심을 차지하는 고등학교 시절일 것이다. 천안함 용사 가운데 11명이 부산 울산 경남의 고등학교에서 졸업한 점을 생각해 보면 희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더불어 국토방위에 대한 무한 자부심의 가치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그 젊은 위대한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고양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면 진작 11명의 용사에 대한 추모비가 고등학교에 건립되었어야 하는데 실상은 단 한 곳에 그친다. 부산 사하구 하단에 있는 건국고등학교의 이상준 중사 추모비이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교사와 학생, 동문들의 지대한 관심과 이상준 중사 부모님의 열망 속에 건립되어 내일의 주인공인 건국고 후배들에게 국가안보와 나라사랑의 숭고한 가치를 보여준다.

나머지 10개 학교에도 부산지방보훈청을 비롯하여 울산·경남동부·경남서부보훈지청의 모든 직원이 합심 노력해 10주기인 내년 3월 이전에 추모비 건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20대 초반에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국토 방위를 위하여 최전방인 백령도 부근에서 경계 작전 중에 전사한 영령들의 정신을 추모비 건립을 통해 새기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아주 최소한의 도리이다. 남들만큼 산다면 적어도 50년 이상을 꽃도 피우지 못하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이 조국을 위해서 바친 젊은 영령들의 위훈을 기리고 살려나가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무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희망이며 통일 시대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용사들의 추모비는 생활 속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양하고 나라 사랑의 소중한 정신을 가르쳐 주는 최고의 교과서이다.

부산지방보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