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상태를 가상에 똑같이 구현한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영어 ‘트윈(Twin)’은 ‘쌍둥이’로 해석할 수 있는데, 디지털 트윈을 그대로 풀이하면 ‘가상 세계의 쌍둥이’이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세계와 동일한 디지털 쌍둥이를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산성 개선은 물론 다양한 사회문제까지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제조업 이외에 자율주행 및 헬스케어 분야에까지 속속 도입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센서에서 아날로그 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 데이터로 단순히 ‘1 : 1’로 저장하는 것은 정적인 디지털 모델이다. 디지털 트윈은 1개의 데이터가 N개의 지식과 솔루션을 만들고 물리적 자산의 최적화를 위해 실시간으로 피드백하는 동적인 모델을 말한다. 이 모델은 센서 IoT 인공지능 3D프린팅 등 관련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전하면서 관련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센서 등 핵심기술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조업과 ICT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2003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처음 언급됐고, 201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이 용어를 많이 언급했지만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때는 최근이다. 가트너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디지털 트윈을 10대 유망기술로 꼽고 있다. 2025년까지 3조90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디지털 트윈을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게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른 점이라면, 게임은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용도의 가상 시뮬레이션인 반면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그대로 본 뜬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게임이 디지털 트윈의 일부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는 ‘프로젝트 AIx’를 통해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배경을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했는데, 목적은 AI가 해당 공간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트윈은 전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심시티’는 시장이 되어서 도시를 운영하는 게임이다. 현실과 유사하게 도시를 운영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교에서 심시티를 활용한 강의가 개설되기도 했다. 도시 운영뿐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강의에서도 심시티를 활용한 수업이 이뤄진 경우도 있다. 1995년 노스플로리다대학교가 이런 수업을 최초로 진행했다. 그리고 여러 논문에서 심시티 강의의 효율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2016년도에 미국 웨스필드 주립대학은 심시티 게임을 매개로 학생의 수업 성취도를 조사한 바 있는데, 성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시티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사례는 이미 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 사업 일환으로 ‘버추얼 싱가포르’ 과제를 진행했다. 해당 과제는 도시 전체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것이다. 2018년에 과제가 종료됐고, 약 700억 원이 투입됐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수십 곳의 정부 기관이 수집해 놓은 기존 데이터에 스마트폰, 카메라, 센서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추가하여 분석한 다음 싱가포르가 직면한 새롭고 복잡한 문제들을 모델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한다. 도시의 가상 3D 모델을 바탕으로 구현되는 가상 싱가포르 덕분에 도시 계획가들은 인구성장 및 자원관리에서 공공 행사 및 건물 패턴에 이르는 모든 구성 요소를 대상으로 다양한 반응을 시험해보고 가장 안전하면서도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에서도 실시간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현실과 유사한 형태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시성이 높다. 이는 도시 운영의 효율을 높여준다. 아울러 디지털 트윈 자체에서 도시 문제점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면, 이러한 효과는 더욱더 증가한다. 싱가포르는 디지털 트윈을 적용함으로써 ‘효율’과 ‘혁신’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 어떨까? 가상공간에서 부산을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을 물리적 제약 없이 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버추얼 부산을 통해 부산의 효율과 혁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스마트IT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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