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 여의도는 전쟁통으로 변한다. 조국 법무장관 사태로 격돌한 여야의 거친 숨소리보다 더 치열한 ‘소리 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지방정부의 ‘예산 확보전’은 올해도 진행 중이다. 광역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일부 기초정부 예산부서 직원들이 국회에서 내년 국비예산 중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중앙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국회가 예산 요청을 하는 지방정부에 대해 관련 부처를 먼저 설득하라며 ‘공’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아예 ‘여의도 팀’과 ‘세종시 팀’을 따로 꾸려 예산확보 대책을 가동하는 지방정부도 늘어나고 있다. 온갖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지방정부 수장들은 자체 예산으로는 공약 이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예산이 없어 사업 하나 못 한 초라한 성적표로는 다음 선거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지방정부의 수장들이 국비예산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다.
중앙정부가 편성하고 국회가 심의하는 중앙정부 예산처리 과정이 지방정부의 승패를 가르는 장으로 변질된 것은 국비에 절대적으로 편중된 예산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재원 비율(2016년 기준)은 세입 기준 76 대 24이다. 국비가 80 가까이 되고 지방비가 20 정도여서 간단히 줄여 ‘8 대 2 구조’라고 부른다. 세출 기준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비중이 34 대 66이다. 세입은 ‘8 대 2’인데, 세출은 거꾸로 ‘3 대 7’ 정도 되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타내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를 두고 일부 분권론자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무기로 지방정부를 통제하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이런 재정구조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산업시설과 인구가 집결된 수도권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지방정부가 28%(19개)에 불과하지만 비수도권은 무려 72%(126개)에 달한다.
이 재정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지방 소멸’이 더 빨라지거나, 중앙정부에 예속된 ‘허울 좋은 자치’가 연장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500조 원을 넘어선 2020년 정부 예산안에서 올해보다 유일하게 줄어든 항목이 지방교부세이다. 2020년 지방교부세는 올해(52조5000억 원)보다 2000억 원 줄어든 52조3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기획재정부는 “내국세가 줄어 불가피한 감액 편성”이라지만 지방교부세에 목을 매고 있는 지방정부로서는 내년 살림살이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활동에 기대가 쏠린다. 자치분권위는 국비와 지방재원비율을 7 대 3으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 6 대 4로 개편하는 과제를 수행하려 재정분권 TF를 가동하고 있다. 1단계 재정분권 TF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의 비중을 내년까지 21%로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이 방안이 시행되면 지방소비세수는 5조4000억 원(2015년 결산 기준)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세연구원은 1단계 재정분권 TF의 ‘활약’으로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74 대 26으로 개편된 것으로 평가했다.
지방정부로서는 지난 2일 출범한 2단계 재정분권 TF를 다시 주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단계 재정분권 TF의 성과 여부에 따라 ‘8대 2’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느냐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2단계 재정분권 TF는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와 부동산분 양도소득세의 지방세 전환 등 지방세수 확충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1단계 TF 당시 다뤘던 과제보다 복잡하고 힘든 사안들이다. 재정당국과 자치행정당국, 지방정부, 광역정부와 기초정부,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1단계 TF에서 ‘몽니’를 부렸던 기재부의 반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 모든 것을 뚫고 2단계 TF도 성과를 내야 한다. 지역이 사라진 미래는 존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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