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신문을 읽다 /안병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4 19:44:31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기획과 프레젠테이션. 기업 업무의 꽃이다. 이 꽃을 피우는 도구가 있다. 파워포인트(프레젠테이션용 소프트웨어)다.

직장인의 능력은 파워포인트 구사 능력으로 판별된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워포인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부실한 내용을 화려한 파워포인트 디자인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파워포인트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이유다. 슬라이드 뒤에 숨지 말고 글로 승부하라는 얘기다.

아마존도 그런 기업 중 하나다. 제프 베조스는 세련된 파워포인트 기술 대신 서술형 문장을 요구했다. 포장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본질과 핵심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였다.

파워포인트의 실각, 권좌는 글쓰기의 차지가 되었다. 글을 잘 써야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글쓰기 교실’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게 문제다. 수강료도 하나같이 비싸거니와 효과 역시‘글쎄’이다. 글은 두어 달 배우고 익힌다고 확 늘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내 영혼이 탄탄히 뒷받침되어야 하는 내 삶,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생각’이다. 내 생각을 ‘적으면’ 글이 되고 내 생각을 ‘소리 내면’ 말이 된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말’을 하려면 먼저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 좋은 생각의 마중물은 무엇일까? 요리를 하려면 재료가 필요하듯 생각도 마찬가지다. 재료가 있어야 한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게 아니다. 기존 개념과 생각과 감정을 이렇게 붙이고 저렇게 이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방향이 제각각인 팩트들을 새로운 관점과 맥락으로 편집하여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좋은 생각의 관건은 그래서 다양한 ‘생각씨앗’ 그리고 그 씨앗들의 창의적 조합이다. 신문은 그런 싱싱한 생각씨앗의 보물상자다. 신문에는 세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문가’와 ‘편집’이라는, ‘선별’의 시스템으로 걸러낸 이야기들이다. 각 분야 전문가가 채굴한, 세상 변화를 머금은 원석들이다. 그러니 신문은 생각의 소재를 찾고 캐는 발견의 장이다. 재료가 풍성하면 요리가 맛나듯 글감이 풍성하면 글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신문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글의 완성도다. 신문은 동시대의 표준문법을 준수한다. ‘미문(美文)’은 없을지언정 ‘비문(非文)’ 역시 없다는 얘기다. 사실을 어떻게 묘사하고 주장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눈여겨 읽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나의 문장도 딴딴해진다.

신문에는 건조한 글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문학작품 못지않은 유려한 글도 많다. 책이나 공연에 관한 문화면 기사가 그렇다. 이면의 해석과 미래의 전망을 담은 칼럼도 있다. 그런 칼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은 덤이다. 그래서 신문은 내 생각을 벼리기 위한 재료의 보고이고, 내 생각의 표현을 갈고닦을 수 있는 문장의 집적이다.

이런 신문 기사를 웹과 앱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접하는 기사는 말초적이고 단편적이다. 독자의 관심을 낚기 위한 선정적인 헤드라인에 따라 조회 수가 널을 뛴다. 아날로그로 얻는 오프라인상에서의 교육 효과는 디지털과 그 차원을 달리한다. ‘검색’해서 얻은 지식으로는 ‘사색’으로 쌓은 지혜를 결코 이길 수 없다. 수많은 사람이 너나없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전철 안, 메고 있던 가방에서 신문을 꺼내 읽는 이유다. 관심이 가는 기사에 밑줄을 치고 별표를 그리고 메모를 한다. 신문을 찢어 주제·키워드별로 분류하고 스크랩을 한다. 그런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오롯이 뇌로 전달된다. 그 모든 과정이 바로 사색이다.

이렇게 톺아 읽는 글들을 소재로 검증하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사례를 찾고, 기획하고, 편집하고, 스토리를 입히면 그게 곧 나의 요리, 즉 나의 생각이 된다. 그 생각을 ‘쓰면’ 글이 되고, 그 생각을 ‘뱉으면’ 말이 되며, 그 생각을 ‘살면’ 삶이 된다. 그 사람의 삶이 곧 그 사람의 말과 글이 되는 건 그래서다.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당장 신문부터 읽을 일이다.

열린비즈랩 대표·‘그래서 캐주얼’ 저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2만여 명 응시…부산교통공사 시험 연기 vs 강행 ‘팽팽’
  2. 2부산 신천지 교회·연수원 3곳 출입금지
  3. 3부산 호텔 1만800실 예약 취소…관광업계 ‘휘청’
  4. 4부산 ‘97세대’ 총선 돌풍 일으킬까
  5. 5감염경로 확인 안 되는 환자 속출…대구 신천지 예배간 경남도민 2명 자가격리
  6. 6버스 무정차운행·열감지기 확대…부울경 경계수위 높인다
  7. 7북항재개발 중-동구 관할 싸움에 BPA 곤혹
  8. 8국내 첫 사망 ·확진 100명 넘어…‘코로나19 악몽’
  9. 9“기생충, 오스카 감독상 받을 때 작품상도 직감”
  10. 10하늘에서 본 통영의 美…전국 드론 영상 공모전
  1. 1조경태 "중국인 입국 즉각 중단하라"
  2. 2대구 모든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 연기...전국 처음
  3. 3 문 대통령 “코로나19 대응 중국 측 노력에 힘 보탤 것”
  4. 4부산시, 코로나19 피해 관광업체에 특별융자·지방세 유예
  5. 5"단일화 없나?" 경남 진보 1번지 창원성산 대혼전
  6. 6서구 동대신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찾아가는『情 담은 식료품 배달』봉사
  7. 7김형오 “공천 심사과정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
  8. 8박형준 “현재로선 출마 생각없지만 총선서 역할 고민”
  9. 9동명대, 산-학 쌍방향 인재양성 교육 활발 주목
  10. 10대통령 긴급재정명령 발동 하나…자영업자 임대료 인하·추경 검토
  1. 1부산 국제관광도시 사업, 코로나에 삐끗…“하반기 본격화”
  2. 2주가지수- 2020년 2월 20일
  3. 330대 그룹 중 순익 높은 최고 알짜는 ‘KT&G’
  4. 4부산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5. 5현대·기아차, 도로상황 따라 기어 바꿔주는 시스템 개발
  6. 6금융·증시 동향
  7. 7북항재개발 중-동구 관할 싸움에 BPA 곤혹
  8. 8부산세관, 수출 지원 지역 순회 상담 진행
  9. 9부산항 환적화물 효율 처리…터미널 간 ‘순환레일’ 설치
  10. 10올해 러시아 수역 어획할당량 4만6700t…5년 내 최대
  1. 1전주서 ‘코로나 19’ 1명 의심증상 … 신천지 대구교회 방문
  2. 2포항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신천지 교인
  3. 3 전주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28세 남성
  4. 4경북서 ‘코로나19’ 5명 추가 확진…영천 1·상주 1·경산 3(종합)
  5. 5경북 코로나19 확진자 10명으로 늘어… 영천4·경산3·청도2·상주1(종합)
  6. 6종로구서 75세 남성 코로나19 확진…한빛어린이집 휴원(종합)
  7. 7좋은강안병원 응급실 폐쇄…코로나19 의심환자 3명 검사 중
  8. 8검찰 조사 中 10층서 투신한 20대 피의자…4층 정원에 떨어져 목숨 건져
  9. 9코로나19 확진 31명 추가 발생…국내 확진자 82명
  10. 10제주서 31번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1명 역학조사
  1. 1손흥민, 국내서 부러진 팔 수술받는다…서울 시내 병원에 입원
  2. 2수원 이임생 감독, 염기훈 경기력 호평해…"이니에스타보다 염기훈"
  3. 3테니스 권순우 ATP 3연속 8강
  4. 4MLB 최고 갑부 알렉스 로드리게스
  5. 5손흥민 빠진 토트넘, 안방서도 무기력한 패배
  6. 6정마리아·강영서, 전날 아쉬움 씻고 금빛질주
  7. 7조용히 귀국한 손흥민 21일 수술대…3년 전과 같은 부위
  8. 8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해양안전, 민관 유기적 협력이 필수 /이광진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전략적인 전략공천인가 /정유선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자객 공천
해운대암소갈비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19 첫 사망에 급속 확산…비상한 방역 전략을
개금 옛 미군부지, 시민 위한 공간 제대로 활용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