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해 질 무렵, 김해 수로왕릉 옆 한옥체험관에서는 ‘김해가야G’ 오프닝이 있었다. 김해가야G는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김해를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문화도시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 이날 행사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이 참가하여 한옥체험관 한 자락을 문화도시 거점공간인 ‘오래된 미래하우스’(미래하우스)로 어떻게 변모시켜 나가야 할지 생각을 나누었다. 이 공간을 활용해 따뜻하고 소소한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어둠이 짙어가는 가운데서도 희미한 촛불을 마주하며 초면의 시민들은 미래의 불을 함께 밝혔다.
참석자들 가운데 공모에 당선된 10여 명은 커뮤니티 멤버로서 미래하우스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역사회를 가꾸어나갈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국내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수 2위인 도시 김해는 문화 충돌과 문화 부적응의 문제를 늘 안고 있는데, 김해가야G는 가야사 정신인 포용과 공존의 힘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특색 있는 김해문화의 창출을 위해 청년들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공간을 확보하고 사람을 키워 문화도시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지만, 청년들이 문화로 직업을 삼아 삶의 터전을 닦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도시를 문화적으로 성장 발전시켜 나가리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마련한 사업이다.
7개동 13개 객실의 한옥체험관은 김해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로왕릉 봉황대 등 가야 유적지와도 인접하고 있기에 중요한 숙박·관광 기능을 감당해오고 있다. 이제 이 한옥 공간이 시민들의 문화공간인 미래하우스로 변모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하는 한옥 공간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초청행사가 ‘집들이’ 프로그램으로 마련되고 있다. 다음 달 3일에는 청년들을 초청해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다방’이 열리고, 같은 달 24일에는 70대 이상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1930년대 복고스타일 분위기를 조성하는 ‘청춘문화살롱’이 운영된다. 오는 10월에는 중·장년층을 초대해 DJ가 진행하는 다방 느낌의 ‘청춘문화다방’을 열어 1970, 80년대 향수에 푹 젖을 수 있도록 한다. 친숙하고 정감 넘치는 문화공간으로서 미래하우스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준비 중이다.
선주민(한국인)과 이주민(외국인), 노소 세대, 도시 중심가와 주변 농업지역 등 도시 김해가 안고 있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프로그램 ‘문화공존캠프’도 준비되고 있다. 한옥체험관에서 9~11월 3개월간 매달 1회 중·장년 청소년 외지인을 초청해 1박2일 숙박 프로그램을 여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공존에 대한 인문학 특강을 들으며 공존 관련 키워드를 찾고, 이를 자신의 삶과 연계하는 활동을 한다.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타인들을 만나 교류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공존의 문화를 터득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교류하는 프로그램 ‘아시아 음감회’도 열린다. 각국의 전통 차나 술을 시음하고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을 감상하면서 입과 귀 등 오감으로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맛보는 것이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 자라온 장소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역사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문학 글쓰기 ‘나의 사적(史的) 글쓰기’도 마련된다. 8월에는 청년들을, 다음 달에는 장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미래하우스가 그리고 있는 이런 큰 그림은 다음 달 7(토)~8일(일) 이틀간 진행되는 ‘미래하우스 개막행사’를 통해 종합선물세트 같은 선을 보인다. 이 행사에는 한옥 배경의 버스킹, 봉하창작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토크쇼가 준비되고, 도자 금속 등 각종 공예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격조 높은 아트마켓도 열린다. 미래하우스를 거점으로 진행할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김해가야G의 시민네트워크파티, 전통미에 어울리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로 단장한 채 한복을 입고 수로왕릉 근처를 거니는 ‘한복마실’ 등 다채로운 행사를 접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미래하우스는 과거의 문화적 유산을 발판으로 이제 힘차게 미래로 날아오를 채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 한쪽 날개에는 이주민과 선주민의 문화적 공존을, 또 한쪽 날개에는 도시와 농촌의 지역적 상생을 그리고 심장부에는 세대 간 아름다운 화합을 품고 살 맛 나는 미래로 날아갈 것이다. 김해시민들이 꿈꾸고 있는 ‘오래된 미래’를 향해.
김해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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