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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에 거는 기대 /허동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12 19:40: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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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을 걷다보면 많은 외국인을 만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계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마주하게 된다. 간혹, 지금 외국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며칠 전 지인의 아들은 남포동 한 커피숍에서 독일계 미국인을 우연히 만나 국제시장, 용두산공원과 자갈치 일대를 안내했다고 했다. 탈북민 친구로 인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미국인은 지난해 서울에 이어 올해는 부산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미 부산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이 여행하고 싶은 도시 중 손꼽을 수 있는 곳이다.

개항의 역사, 항구도시, 맛집, 야경, 축제 등에서 느껴지는 북적북적하고 떠들썩한 즐거움은 다이내믹 부산이 가진 매력이다. 치안도 부산이란 여행지가 갖는 이점 중 하나다. 어디를 가든지, 밤늦은 시간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도시다. 이 모든 것을 ‘부산다움’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있을까?

마천루, 항구, 축제, 맛집, 야경으로 유명한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많다. 그것만으로 부산다움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부산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수성과 역사성을 일목요연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작업이 더해질 때 비로소 ‘부산다움’이 완성된다는 생각이다.

최근 부산시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부산근대역사관을 연계해 새로운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는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사업 승인을 발표했다. 시는 그동안 박물관(Museum)의 기능에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의 기능을 더해 ‘라키비움(Larchiveum)’ 형태로 조성하는 걸로 추진해왔지만 인근 원도심 인프라와 연계 방안 재검토 등을 이유로 보류되었다.

지난 4월 11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 공간 활용 방안 토론회’에서 시민 참여 강화와 공연·전시 기능 보강 등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계획을 보완하고 부산시의회로부터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 승인을 받은 것이다.

뮤지엄(Museum)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사회의 진보와 예술의 발전에 따라 뮤지엄 건축은 더 확대되고 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시작된 탈장르, 복합화, 다원주의 예술, 커뮤니티아트 등은 문화공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이 전시, 공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의 생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뮤지엄 건축은 그 어떤 건축분야보다도 ‘시대의 거울’이라는 건축의 의미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다. 그렇기에 부산에 “뮤지엄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건축가로서 부끄럽다.

그래서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사업에 관한 기대가 크다. 이곳은 조선 시대 초량왜관 내의 위치하며, 6·25전쟁 중 실시한 두 차례 화폐 개혁을 모두 단행했던 역사적인 시설이다. 게다가 그 일대 원도심은 개항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피란시절 그리고 미문화원 방화사건, 가톨릭성당 농성 등 민주화운동까지 실핏줄처럼 이어진 부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생지인 피프광장이 남포동 중심에 있고 ‘부산영화체험박물관’도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하다. 주변에 근대건축물이 산재하고, 광복동을 비롯해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용두산공원, 보수동 책방도 걸어서 금방이다. 이를 연구하고 근처 문화시설과 연계하는 방안, 관광객 유치를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울 수 있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지난 7일 작고한 부산의 마지막 항일지사 김병길 선생은 부산 독립운동기념관을 꼭 보고 싶다 하셨다. 부산 독립운동기념관을 당장 건립하지 못한다면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내에 함께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천루 항구 축제 맛집 야경으로 유명한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많다. 그 도시가 가진 매력은 도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문화다. 2022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부산근현대역사관 조성 사업이 원도심 관광의 플랫폼을 뛰어넘는 뮤지엄으로 탄생하길 소망한다.

㈜상지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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