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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의료계에서 한일 협력과 바람 /김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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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8-06 19:37:08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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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전쟁(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도발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 25년간 일본 의료계와 직간접으로 많은 교류를 했던 필자로서는 답답한 마음과 함께 조속히 한일관계가 안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 개인적인 의견을 좀 밝히고자 한다.
그림 서상균
먼저 1990년대 초 대학병원 강사로 발령받은 이후 가장 먼저 일본 단기연수를 선택했다. 당시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전임의 또는 전문의 연수 프로그램이 확립되지 않았을 무렵이었고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일본 단기연수였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선후배 의사는 부족한 임상 경험 및 구멍 난 연수과정을 그나마 보완할 수 있는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당시 필자는 빠듯한 급여로 어려운 외지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초청했던 N 선생은 고맙게도 필자의 한 달간 연수생활에 드는 호텔 숙박비를 해결해 주었다. 필자가 첫 번째로 일본이란 나라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 달간 필자는 우리 병원에서 진행하는 심혈관 시술 건수의 1년 치를 다 경험하는 보람찬 단기연수 과정을 거쳤다. 단기연수 이후 매년 2, 3차례 N 선생과 교류하던 필자는 당시 우리나라에는 없던, N 선생이 개발한 상완동맥을 통한 관상동맥조영용 커테터 몇 개를 무료로 얻어 귀국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고쿠라에서 후쿠오카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버스정류소에 그 물건을 두고 오게 되었고 공항에 도착한 무렵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필자는 서툰 일본어로 버스 기사에 얘기했는데, 버스 기사는 워키토키로 신속하게 연락해 다음 버스 편을 통해 공항에서 그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우리 병원에서 새로운 시술 기법인 상완동맥을 이용한 관상동맥 조영술을 처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매년 2~4회 학회 참석 등으로 일본에 찾게 되었는데 총 3회에 걸쳐 ‘분실 사건’이 발생하였고 그때마다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귀중품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소중했던 물건들을 되돌려 받을 때 기분은 물건을 잃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본을 자주 찾는 필자가 일본에서 부럽게 여겼던 점은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생산되는 일본산 의료기기였다. 현재 심혈관 중재시술에 쓰는 의료기기의 절반 이상이 일본산 제품이다. 심장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만성폐색성 병변(CTO)의 경우 일본 아사히 인텍의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90% 이상 사용되며, 이 회사 제품이 없으면 사실상 CTO 시술을 할 수 없다. 이 회사는 일본 의사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여 매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데, 학술대회 중 새로운 제품 시연을 볼 때면 우리는 항상 주연이 아닌 조연의 역할만 하는 듯하여 처량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이 회사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고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다.

필자는 부족한 의료 지식의 상당 부분을 가까운 일본에서 많이 보충하는 편이었고 그 결과 일본에 많은 의사 지인이 있다. 또한, 매년 2, 3개의 심혈관 치료학회에 참석하여 학술 정보를 교류하고 필자 역시 해마다 국제학술행사를 하며 10여 명의 유명 일본 의사를 초청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는 한일 간 경제전쟁 소식에 지난 25년간 맺은 의료계 인맥이 끊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물론 일본 의료계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한다. 우리 후배 세대에게 편견 없는 시각으로 한일관계를 볼 수 있도록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됐으면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 의료 분야에도 AI를 이용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법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특히 영상이나 조직 소견의 판독 등과 같은 업무에서는 앞으로 의사보다 정확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역사와 정치 상황도 분석하는 AI를 도입하여 현 시국을 풀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아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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