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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품종을 따져라, 밥맛이 달라진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31 19:21:42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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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고작 두 식구밖에 없는데 밥을 두 번 짓는다. 한 번은 아내가 먹는 현미로, 한 번은 내가 먹는 백미로 짓는다. 아내는 건강을 생각해 현미를, 나는 맛을 생각해 백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자는 뜻에서 내린 결론이다.
맛있는 밥은 좋은 품종의 쌀이 만든다.
현미든 백미든 어떤 품종이 섞였는지 알 수 없는 ‘혼합’ 쌀은 절대 먹지 않는다. 반드시 단일 품종이어야 하고 심지어 어느 지역에서 재배했는지 꼼꼼히 따진다. 특정 품종을 고집하지는 않는 대신 마트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새로운 품종을 만나면 일단 지르고 본다. 우리나라처럼 단립종의 자포니카 쌀을 먹는 일본, 대만, 중국 등을 방문하면 쇼핑 목록 1순위는 언제나 쌀이다. 그것도 가장 비싼 품종을 구매한다. 6년 전 쌀에 관심을 갖고부터 생긴 습관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늘 서너 종류 이상의 쌀이 있다.

감각은 안개비를 맞는 것과 비슷하게 발달한다. 직경이 아주 작은 물방울이 결집돼 내리는 안개비는 지표면에 닿기 전에 증발해 강수량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속을 지나오면 옷은 젖어 있다. 미각은 지식이 쌓이는 것처럼 점진적이지 않다. 많이 먹어서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안개비에 옷이 젖듯 고도화된다. 그럼 그때부터 자기만의 기준이 만들어지고 취향이 발현된다. 이론으로 익힌 감각은 허망하고 절대미각은 절대로 없다. 다양한 품종의 쌀을 자주 먹다 보면 맛 향 형태 찰기 경도 등 밥이 가지는 다섯 가지 관능을 구분하는 감각이 느닷없이 생긴다. 또 감각은 하방경직이라 한 번 높아지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좋은 쌀로 지은 맛있는 밥을 경험하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맛없는 밥을 먹고 사는지 절실히 느낀다. 세상살이가 고달파지기는 하겠지만 내가 차려 먹는 매 끼니가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한국인은 평생 거의 매일 밥을 먹고 살아왔다. 그래서 밥에 대해 매우 까다롭다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둔감하다.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그렇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태가 도구에 대한 집착이다. 좋은 밥솥이 좋은 밥을 만들어 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도구도 원재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이는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가 증명한다. 밥맛에 영향을 미치는 열 가지 조건 가운데 어떤 도구로 짓느냐는 취반 조건이 가장 적은 영향을 주는 반면 어떤 품종의 쌀로 짓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당신이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면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와인을 고를 때처럼 품종을 따지고, 과일을 고를 때처럼 모양을 보고, 우유를 선택할 때처럼 유통기한을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이 이름들을 기억하자. 삼광 운광 고품 호품 칠보 하이아미 진수미 영호진미 미품 수광 대보 현품 해품 해담쌀 청풍 진광 예찬 해들…. 이것은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개발한 가장 우수한 18가지 쌀의 품종 명이다. 단언하건대 이 품종들은 아끼바레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등 일본 품종보다 월등히 맛있다.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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