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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법은 친구가 필요하다 /오정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4 19:52:34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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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많은 것처럼, 법은 친구가 필요하다. 물론 법이 그저 법이고자 한다면, 달리 말해 공식적인 명칭만 법이고자 한다면 홀로 여도 법으로서는 가능하다.
그림 서상균
그렇지만 그것이 혼자서 괜찮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다른 많은 체계처럼 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에게는 직간접적으로 그것을 지지하거나 그에 관련되는 여러 장치가 요청된다. 예컨대 법으로 정해져 있더라도 준수되지 않으면 참으로 있다고 하기는 힘들고, 준수되려면 모든 구성원은 아니라 해도 상당수 사람에게 법이 지켜질 만하다는 생각이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어떻게 보면 법이 사람이나 세상을 지킨다고 하기보다는 법이 그럴 수 있도록 사람들이 무언가 해 줘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법은 실은 부실하다. 이 때문에 염치없지만, 법은 친구가 필요하다.

그럼 어떤 것이 법의 친구일 것인가? 이 지점에서 어쩌면 바로 ‘질서’를 떠올리는 이가 있을 것이다. 기실 ‘법과 질서’처럼, 법은 질서와 쌍으로 묶여서 종종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질서를 법규로 규정했으니 질서가 곧 법이라거나, 혹은 법이 곧 질서라는 의미는 아니다. 가령 교통신호만 봐도 그것은 그저 따라야 하는 명령이라고 하기보다는 사고를 방지하고 많은 사람과 차량의 흐름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존중되는 약속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질서라는 말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순서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이 기본인 만큼, 누구나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 그러므로 자신과 타인, 사회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서두르지 않고 적절하게 행동할 것임을 서로 믿고 그리 실천하는 것 등이 그 내용일 것이다.

나아가, 이상하게 운전하는 자가 있고 예기치 않은 사고가 있는 것처럼, 실제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기대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있는 관계로, 온당함이나 정상성에 대한 감각 역시 법에 반드시 필요한 소중한 친구이다. 다른 말로 정의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마음과 감지능력은 그 정도와 양상이 다양하여 내부적으로도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풍성하고 깊이 있는 토론과 대화, 변화에의 노력을 통하여 법이 법일 수 있게 한다. 특히 이 감각은 현실적인 분포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아서 때로는 너무도 미약하게 느껴지지만 결코 소진되지 않으며 무한히 변혁하므로 늘 법 곁을 지키는 친구라 할 것이다.

덧붙여, 법이 조금 더 정당한 무엇, 제대로 된 법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부끄럽지 않도록 성찰하게 하며 더 나아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는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그 친구는 법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것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우쳐 주고, 역동적이고 다양하며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또한 그 친구는 법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법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독려할 것이며, 법이 고립되거나 그로써 오히려 법이라는 이름으로 오만해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법은 새로 배우고 자연스럽게 달리 되어가면서 법으로서 응당 해야 할 바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런 친구는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시민 속에, 우리들 가운데에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법의 친구로서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으며 원한다면 친구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이때, 드러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누구든지 잠재적으로는 법의 친구이고 덕분에 법이 존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왕이면, 법이 친구가 존재함을 필요할 때 확인하고 그 물질성을 향후로도 담보할 수 있도록, 친구가 없다고 법이 잘못 생각하여 쉽게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챙기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어떤가? 익명의 그대여, 법이 법다울 수 있도록, 자신을 드러내고 진정한 친구로서 법에게 옴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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