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에서는 올 들어 최고기온을 잇달아 다루고 있다. 이제 한여름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피서지가 있는 부산이 이번 여름을 내수 경기 활성화의 전환점으로 삼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건국 이래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축구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면서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또한 축구는 모든 스포츠 중 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한 종목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울의 월드컵경기장에서부터 부산의 해운대까지 붉은 악마의 함성이 전국에서 퍼져나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당시를 떠올리게 한 장면이었다.
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결승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와 비교할 때 선수 개개인의 기량 향상과 스포츠 과학의 이바지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지도자의 뛰어난 리더십과 전술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쓸 수 있도록 이끌었고 베트남의 축구대표팀을 이끈 ‘쌀딩크’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과의 탁월한 친화력과 뛰어난 지도력을 바탕으로 2018 아세안축구연맹(ASF) U-23 준우승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이란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 두 감독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선수 출신이지만, 현역 시절에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지도자라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U-20 축구 대표팀을 결승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 역시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던 대표적인 비주류 선수 출신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축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농구에서는 최희암 감독을 들 수 있다. 1993-1994 시즌 농구대잔치에서 우수한 실업팀들을 제치고 대학팀인 연세대가 최초로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이끈 지도자였지만, 그 역시 선수 시절에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현재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요하임 뢰브는 차범근 감독의 선수 시절 백업 선수였다는 사례로도 유명하다.
결론적으로 보면 우수한 선수와 우수한 지도자 사이에는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다. 재능과 경기를 통한 경험, 본능적인 감각 등이다. 하지만 지도자에게는 이외에도 전략과 친화력, 리더십 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된다.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선수 시절에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지만 지도자는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므로 큰 통찰력과 결단력을 지녀야 한다. 언뜻 생각하면 ‘좋은 배우가 훌륭한 감독이 되라는 법은 없다’란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이제는 이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양성된 지도자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운동선수로서의 성공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는 많은 엘리트 선수가 내일의 희망을 품고 오늘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지 선수로서 빛을 보지 못했다면 훌륭한 지도자 역할에 도전해 제2의 인생을 꿈꿀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체육계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인 뒷받침만이 제2의 박항서, 제2의 정정용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영산대 태권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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