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한국인인 내가 아는 한국이 그 한국일까.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해 악바리 같은 노력으로 선진국 문턱에 막 들어선, 그러나 모순투성이인 졸부들의 나라. 그게 나이 든 나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한국을 다루는 외국인들의 리뷰를 찾아보라. 우선 그 엄청난 양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G2, G3에 해당되는 중국 일본에 대한 영상 분량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으로까지 보인다. 과잉 애국주의를 조롱하는 말이 소위 ‘국뽕’인데, 최근 10여 년 동안 등재된 영상을 찾아보다 보면 치솟아 오르는 국뽕의 흥분을 억누르기 힘들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한국의 교통시스템, 의료 주거 환경, 인터넷 수준, 생활물가 등에 대해 믿어도 될까 싶은 찬사가 이어진다. 가장 많은 언급은 한국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엄청나게 싸면서도 맛과 건강에 좋은 음식들, 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식으로 소화해 내는 패션, 미용, 신체 관리 그리고 전반적으로 높은 지적 수준과 개방적인 태도 등…. 한국 칭송을 늘어놓는 유튜버 대다수가 비교문화 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각자의 사적 체험에 불과할 수 있으니 절반은 깎아서 듣자. 그래도 놀랍기는 하다. 전 세계에서 올라오는 댓글의 예찬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K를 붙여 성업 중인 분야로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푸드, 케이뷰티가 대표적인데 우리에게 너무나 흔한 삼겹살, 치킨이며 막장 드라마, 댄스뮤직, 비비크림이 그렇게나 좋은 모양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지난해 통계를 보자. 해외로 나간 한국인이 2870만 명인데 반해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은 1534만 명에 불과하다. 이 중 관광 목적의 단기 여행을 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총수가 236만 명인데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한다. 고급 업종에 채용되기 위해 내국인과 경쟁하거나 본격 비즈니스를 펼치기에 한국은 아직 비어 있는 영토나 다름없다.

우리도 이른바 선진국의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앞으로 어마어마한 수의 해외 인재가 이 땅을 찾아와 눌러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유튜브가 얼마나 얕고 부박한 공간인지 모르지 않는다. 조회 수에 연연한 과장법, 수많은 오해와 걸러지지 않은 생각들…. 그러나 근 서너 달에 걸쳐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헤아릴 수 없는 영상과 슬랭으로 가득한 영문 댓글을 보고 읽었다. 서방의 혐한이라 할 수 있는 코리아부(koreaboo) 또는 아시안 페티시라는 조롱도 많았다. 그러나 유행의 첨병으로 또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한국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한국은 더는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가는 개발도상국이 아니어서 이 이상하고 변화무쌍한 나라 한국에 대한 분노와 혐오, 저주를 퍼붓는 영상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무려 8년이나 거주하며 한국문화 소개에 앞장서던 캐나다인 부부가 더는 못 참겠다며 일본으로 이주하고 쏟아놓은 가혹한 한국인 비평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었다. 거의 틀린 말이 아니었고, 거기 달린 1만7000건의 댓글 대부분이 한국에서 겪은 황당하고 분노스러운 체험담이었다. 15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어떤 미국인 영상은 댓글 3만 개가 넘었고 대부분이 한국인 비난으로 채워졌다. 당연히 한국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니 감수할 만한 비난이었지만, 정말 또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우리 자신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다.

무엇보다 끔찍한 인종주의. 흑인과 동남아, 서남아 출신이 이 땅에서 겪는 모욕과 차별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선진국도 한국처럼 잔인한 경우는 없다. 이 땅의 구석구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꼭 찾아보라. 여기에 또 하나 기초 교양의 문제. 노인은 물론 멀끔한 이삼십대도 길거리에서 목청을 돋워 가래침을 뱉고 아무도 그런 사람을 제지하지 않는다. 외국인 눈치를 보느라 침도 못 뱉느냐는 욕설 가득한 한국어 항의 글을 읽노라면 우리는 영원히 일등국가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나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헬조선이라는 자학 못지않게 변화된 한국의 위상에 대한 토론도 함께 벌여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옥으로 부르는 이 나라가 지구촌 곳곳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부상하는 중이니까.

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