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술 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컴퓨터 및 인터넷에 액세스할 수 있는 사람과 액세스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인 ‘디지털 격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인공 지능(AI)이 확산됨에 따라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AI가 계속 성장하고 광범위해짐에 따라 AI 기술에 대한 액세스 수준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것이다. 이를 ‘AI 디바이드(격차)’라고 부른다.

“정보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넓힙니다.” 싱귤레러티를 예언한 미국의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이 강연회에서 사용한 말이다. 싱귤레러티란 양적으로 팽창을 하다가 질적인 도약을 하는 특정 시점을 말한다. 즉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역사적 분기점을 말하는데 2045년께 도래할 것이며, AI가 스스로 AI를 만들기 시작하고 사람의 뇌를 컴퓨터상에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황당무계한 얘기가 아니다. 세계는 그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천년사찰 륭취안사에는 AI 스님인 셴얼이 있다. “우리 집 마누라가 걸핏하면 짜증을 부려서 못 살겠어요.” 키 60㎝의 로봇 스님 셴얼이 경내를 돌아다니면 많은 이가 힐링이 된다고 말한다. 셴얼은 고승들의 방대한 설법 데이터를 분석해 불자들의 고민과 질문에 답을 준다. 사람과 상담할 때보다 부담이 적어 찾는 이가 많다. 셴얼 개발을 주도한 셴판 법사는 AI 스님인 셴얼이 온 뒤 많은 사람이 절과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이처럼 마음의 안식을 얻는 신성한 장소에도 AI가 파고들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곡 중 AI가 만든 곡이 2~3%이지만, 20년 후에는 80%가 될지도 모릅니다.” UC 센타크루즈 주립대학교의 데이비드 코프 명예교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직접 개발한 AI가 1000여 곡을 작곡한 덕분에 그는 저작권료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소설 분야에도 AI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나오키상을 받은 작가 아사이 료는 AI와의 협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직접 찾지만, 줄거리와 등장인물은 AI가 정한다. 이야기 틀이 잡히면 작가는 문장을 쓰는 데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20××년 노벨상 싹쓸이한 AI!” 이런 신문 기사를 읽는 날이 온다면 어떨까?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언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급격한 경제 발전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미국에 도착하기 직전인 15세기 중반부터 시작됐다. 요하네스 쿠텐베르크의 활판 인쇄를 계기로 기억에 의존하던 인류의 기록 문화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보 측면에서 본 세계사는 평등화를 위한 여정이었다고 평가된다. 활판 인쇄 등장 이후 성경을 필사하지 않아도 되었고, 유럽에 ‘균질한 산업 공간’이 형성됐다. 수신호에서 전신으로, 전신에서 전화로, 전화에서 인터넷으로 정보 전달의 수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서구 세계와 그 외 세계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점차 줄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정보를 평등하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오늘날의 세계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어떻게 바뀔까? 정보의 평등성과 공개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정보를 대량으로 보유하거나 분석·활용하는 능력이 기계 쪽에 편중될 것이 분명하다. 정보의 양과 처리 능력에 관한 한, 주도권은 늘 AI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토산업대 다마키 도시아키 교수는 “정보에는 인포메이션과 인텔리전스(판단력), 두 종류가 있다. 인간은 후자로 살아갈 것이다. 교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도 바뀔 것이다. 현재 일본과 체코에서는 바둑 같은 특정 분야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범용 AI를 개발 중이다. 개발 주체들은 2030년 무렵 실용화할 것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범용 AI 개발에 성공하면 인간이 해온 일의 대부분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

AI 활용 능력에 따라 사람, 기업, 국가 간 격차가 뚜렷해질 것이다. 우리는 각 분야에서 ‘AI 디바이드(격차)’에 대비한 방안들을 강구해야할 뿐 아니라 실행해야 할 것이다.

동의대 부총장·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