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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국경의 비극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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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세계여행가였던 김찬삼(1926~2003)의 1983년 기행문에 미국-멕시코 국경 얘기가 나온다. 당시 오토바이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멕시코 티화나로 넘어갈 때 장면을 그는 이렇게 적었다. ‘여기에는 국경을 방비하는 아무런 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출국 스탬프는커녕 입국절차도 없다. 4차선 하이웨이에서 앞 차를 따라 그냥 들어갔다. 이 나라의 방식대로 했으니 불법은 아니나, 뭔가 모르게 야릇한 느낌이 든다’.

국경이란 원래 음산하고 위압적인 곳이라 긴장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알고 보니 당시 티화나는 비자 없이도 하루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더라도, 지구촌 160여 나라를 돌아다니며 온갖 국경선을 경험한 김찬삼의 눈에는 그런 풍경이 낯설게 보였지 싶다. 두 나라 국경은 미국 4개 주와 멕시코 6개 주에 접한 것으로, 총길이가 3141㎞에 이른다. 과거 한때는 세계에서 합법·불법 여부를 떠나 최다 통행 국경으로 꼽혔는데, 그 수가 연간 3억 명을 웃돌았다.

요즘 이곳 국경지대는 그와 딴판이다. 3년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반이민 정책을 적용해 곳곳에 거대한 장벽이 가로놓여 있어서다. 그럼에도 중미 국가에서 빈곤과 폭력, 압제 등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행렬이 줄을 잇고, 월경 시도 과정에서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경의 강과 사막에서 목숨을 잃은 이민자가 발표된 수만 해도 283명이다.

게다가 그제 멕시코 국경에서는 리오그란데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익사한 중미 이민자 부녀 사진이 외신에 의해 공개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엘살바로드 출신의 25세 아버지와 그의 23개월 된 딸로 밝혀졌다. 둘은 강가에 머리를 묻고 나란히 엎드린 상태였으며, 딸은 한 쪽 팔로 아버지의 목 부분을 감싼 채로 발견됐다. 이는 4년 전 시리아 난민인 3살 꼬마 아일란 쿠르디가 지중해에서 익사해 터키 해변으로 떠밀려온 비극의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미·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 수가 사상 최대라는 점이다. 국경수용소에는 이들로 넘쳐나고 열악한 환경에 따른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더욱이 경비대의 단속 강화로 이민자들이 험준한 경로로 월경을 감행하면서 피해 증가 우려도 높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국경의 비극이 일어날지 걱정스럽다. 이쯤 되면, 미국이 풀어야 옳다. 툭 하면 다른 나라의 인권을 꼬투리 잡는 미국이 이민자에 대한 인권을 외면하고 뭉개서는 안 되니 말이다. 미국은 이민자로 이뤄진 나라 아닌가.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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