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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20 19:51:1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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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1960, 70년대는 저렴한 인건비 덕에 살았다. 자원이 부족했던 한국은 싼 인건비로 생산 가능한 저기술 제품들을 수출했다. 대표적인 것이 섬유 봉제업이다. 1980년대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970년대 중후반 정부 주도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수출도 중화학 제품으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수출 경쟁력은 여전히 싼 인건비에서 나왔다. 여기에 추가된 것이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다. 하청기업들을 내부에 잡아두고 수출 물량으로 늘어난 규모를 이용해 원가를 더 낮출 수 있었다. 1990,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의 전략은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가성비 전략이다. 가격에 비해 품질을 높이는 전략이다. 그 배경에는 큰 폭의 인건비 상승이 있었다. 수출 가격을 올리는 것이 필요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노력을 기업들이 하였다. 이것이 성공하자 한국의 위상은 급격히 높아졌다.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중국 기업들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가성비 전략조차 광속으로 쫓아오면서다. 싼 인건비에 품질까지 끌어 올리면서 중국 기업들의 가성비가 한국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좋은 예다. 화웨이나 샤오미가 만드는 스마트폰의 가성비가 만만치 않았다. 결과는 심각했다. 한때 중국에서 애플과 더불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시장점유율 1% 밑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 기업이 잊은 게 한 가지 있었다. 한국이 채택한 모든 생존 전략의 밑바닥에는 모방이 깔려 있었다. 가성비 전략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품 기술은 모방한 채 공정기술을 고도화시켜 품질을 높인 것이 가성비 전략이다. 예로 스마트폰을 생산하려면 정교한 설비와 공정관리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해 중국 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중국 기업은 모방의 천재였다. 이들이 애플의 중국 내 하청업체인 폭스콘을 보면서 순식간에 스마트폰을 모방 생산했다. 샤오미와 화웨이가 그렇게 만들어진 기업들이다. 그 결과가 갤럭시의 중국 시장에서의 붕괴다. 스마트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국이 강점으로 가졌던 제조업 전반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모방에 의존한 가성비 전략으로는 중국 기업을 물리칠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버티지 못한 한국 기업들이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제조업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가성비 다음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단 한 개가 남았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것이 창의성이다. 창의성과 관련한 강의를 할 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창의성이 만들어집니까?” 이 질문에는 ‘창의성에 나도 목말라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는 생각이 묻어 있었다.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내는 것이 창의성입니다.” 그렇다. 창의성은 절대 어마어마한 현상이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이것을 풀려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

이렇게 간단한데, 한국 기업들은 창의성을 왜 어려워할까?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기업들은 자기 스스로 문제를 내고 풀어본 경험이 많지 않다. 스마트폰은 애플이 문제를 만들고 푸는 과정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한국 기업들은 애플과 같은 문제를 스스로 만들지 못했다. 애플의 문제 풀이 과정만 모방했다. 둘째, 한국 기업들은 원천적으로 문제를 싫어한다. 문제가 일어나면 짜증부터 내고 문제와 관련 있는 사람을 찾아 벌주는 것부터 한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에는 공통적인 악성 문화가 있다. 문제 공포증이다. 이것의 폐해는 심각하다. 조직 구성원들이 문제를 일으킨 범인이 되지 않기 위해 아예 문제가 될 만한 창의적 일은 하지 않거나, 문제를 수면 밑으로 숨기기도 한다. 물론 문제는 피곤하고 힘들다. 하지만 문제는 창의성을 여는 유일한 열쇠다. 문제를 만들지도 못하고 생긴 문제도 회피하면 창의성은 불가능하다.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기업 3M의 특기는 문제 찾기다. 이 기업은 무수히 터지는 문제를 환영하고 더 나아가 문제를 찾으러 다닌다. 수요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을 사용할 때 일어나는 문제를 알고 싶어 하고 이를 풀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낸다.

문제가 창의성으로 연결되는 이유는 이것이 해당 기업에만 고유해서다. 이 고유한 문제를 풀 때 다른 기업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성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모방은 선진 기업이 이미 만들고 푼 문제를 보고 푸는 과정만을 흉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런 방식은 웬만한 역량을 가진 기업이면 가능하다. 문제가 알려져 있고 풀이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어서다.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은 기술 자체가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 기술을 만드는 데 동원된 문제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쫓아가는 기업이 이것을 이해하기 어려워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창의성은 문제를 만들고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의 전제조건은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다. 문제가 힘들고 짜증 날지 모르지만 풀 수 있다면 기업의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인식하고 풀려는 의욕이 강해진다. 또한 실패에 대한 관용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창의성을 다음 단계의 생존전략으로 채택하려면 우선 문제를 보는 시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문제는 괴로운 것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여는 열쇠라는 긍정적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다. 이것이 창의성 전략을 펼 수 있는 첫 단추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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