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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역사의 힘…김해 역사문화도시 만들기 /윤정국

전통은 고난 이겨내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역사자산 풍부한 김해, 가야사 등 예술적 활용…다양한 프로그램 추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1 19:46:38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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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남 김해에서 중요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두 분의 삶과 독립운동을 재조명하는 자리에 많은 이가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해시가 주최하고 성균관대 동아시아한문학연구소가 주관한 이 학술대회는 유학자 대눌(大訥) 노상익(盧相益·1849~1941)과 소눌(小訥) 노상직(盧相稷·1855~1931) 형제가 서간도와 김해를 넘나들며 벌인 독립운동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이들 형제는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가산을 정리해 서간도로 망명,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이후 소눌은 먼저 환국해 밀양에서 자암서당을 열고 1000명이 넘는 후학을 양성해 후일을 도모했으며, 1919년 3·1 만세운동 직후에는 제자들과 함께 유림 파리장서운동에 참여해 고초를 겪었다. 대눌은 동생의 귀국 후에도 망명지에서 군자금을 모으며 독립운동을 펴나갔으나 일제의 핍박이 심해 고향인 김해로 돌아와 천산재를 짓고 은거했다.

전통과 역사의 힘은 공동체를 떠받치는 근간이 된다. 위기가 닥칠수록 그 힘은 빛을 발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선진문물을 접했던 개화사상가보다 보수유학자 층에서 더 극렬한 항일운동이 일어난 것도 그런 이치일 것이다.

지난 1일 소설가 김훈이 경북 안동에서 가졌던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전통 안에 우리의 미래를 열어젖힐 힘이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김훈은 ‘청포도의 시인’ 이육사가 실은 직업 시인이 아니라 퇴계 이황의 14대 후손으로 유가적 가치관의 전통 위에서 혁명을 도모하다가 애석하게 젊어서 숨진 직업혁명가였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전통의 힘을 통해 현재를 극복하고 현실을 개혁할 수 있다면,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고 젖줄이 되어준다. 이는 오늘날 역사문화도시 만들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역사문화도시 만들기는 중앙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국책사업인 문화도시 사업 중 김해에 부여됐다. 지난해 문체부는 김해를 역사 분야의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한 바 있다. 김해의 역사문화도시 만들기는 유물과 유적의 발굴 복원에 그쳤던 하드웨어 중심인 역사도시 만들기를 답습하지 않고 역사에서 배우는 가치관과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에 되살리는 소프트웨어·휴먼웨어 중심의 사업이 될 것이다. 박제화된 역사로는 현재를 움직일 수 없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와 전통은 현재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어 현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사회문화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김해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많은 역사적 자산이 있다. 그중 가야사는 보물이 아닐 수 없다. 금관가야의 왕도로서 김수로왕 탄생에 얽힌 구지봉과 구지가, 인도 공주 허황옥과 김수로왕의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 국제결혼, 낙동강을 따라 서로 자치권을 보장하며 사이 좋게 지냈던 6가야 연맹 왕국의 평화체제 등 다양한 역사자산이 있다. 특히 우리는 허황옥의 결혼을 계기로 인도 이주민과 김해 원주민이 공존하고 포용하면서 나라를 건설하고 역사를 만들어나간 가야시대의 가치관에 주목한다. 공존과 포용의 가치를 오늘날 역사문화도시 만들기에 적용하고자 한다. ‘오래된 미래’라는 김해 역사문화도시의 비전은 우리가 현재를 극복하고 혁신할 근거와 기준을 역사와 전통에서 찾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김수로왕릉 옆의 숙박시설 ‘한옥체험관’을 문화도시의 거점공간 ‘오래된 미래하우스(미래하우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김해 북부지역인 진영 봉하마을에 ‘봉하 창작레지던시’를 운영하기로 했다. 미래하우스는 역사자원의 유물화, 아시아 이주민과 김해 선주민 간의 문화충돌과 문화부적응 등 김해가 안은 사회 문화적 문제들을 가야사의 가치인 공존과 포용으로 해결하는 거점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이곳에서는 도시의 다양한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소통 프로그램, 김해의 문화를 이끌어나갈 정주형 인력양성 프로그램,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봉하 창작레지던시는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술가들이 숙식을 하며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사업이다. 지난 7일 심사를 통해 사진작가와 설치미술가, 그림책작가 등이 선정됐으며 이들은 3개월 동안 김해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창작할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미래하우스와 봉하 창작레지던시의 사업결과를 선보이는 연계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때 미래하우스의 성과물과 봉하 예술가들의 작품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된다. 역사와 전통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이 우리의 갈급한 목을 축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을 바꾸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 ‘살맛나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소망해본다.

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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