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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규제만으로 ‘공부하는 운동선수’ 못 만든다 /윤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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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05 19:01: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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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고교에 다닐 때다. 학교에는 운동부가 있었는데,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훈련을 하는 일이 잦아 사실 그 친구가 우리 반 급우였는지도 모르는 친구가 많았다. 고교 2학년 중간고사 때로 기억된다. 독일어 시험을 치르는데 시험 감독을 하던 선생님이 그 운동부 친구에게 물었다. “지금 시험 치는 과목이 뭐지?”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영어요.”

‘공부하는 운동선수’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다.

지난 4일 학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해 민간 합동으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학생 선수들의 ‘주중 대회 개최 금지’를 골자로 한 권고안(국제신문 5일 자 25면 보도)을 발표하면서 체육계가 시끌벅적하다. 권고안은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 ▷체육 특기자 제도 개편 ▷소년체전 확대 개편 등 6개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특히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기 중 주중에는 각종 대회 참가와 개최를 전면 금지하고 최저학력에 도달한 학생만 대회 참가를 허용하도록 해 체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체육계는 권고안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권고안이 현실화될 경우 엘리트 체육이 고사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고안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도 올리는 등 반발의 강도가 거세다.

체육인들의 반발은 현실적으로 이해가 된다. 가뜩이나 운동부를 지원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은 일종의 규제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더욱이 축구나 야구 등 프로스포츠에 진출할 수 있는 인기 종목에는 학생이 몰리지만 육상과 유도 등 이른바 비인기 종목에는 선수 수급조차 어려운 상황인데, 몇 개 되지도 않는 주중 대회마저 금지할 경우 엘리트 스포츠의 명맥이 끊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체육계는 또 “주중에 훈련하고, 주말에 대회에 참가하면 선수는 대체 언제 쉬라는 말이냐. 공부하는 학생은 주말에 쉴 수 있고, 운동하는 학생은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학생 선수들이 공부를 도외시한 채 운동에만 전념할 수는 없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다. 일본의 경우 학교 스포츠는 학교 정규 수업 이후 진행되고 대회도 주말이나 방학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고교 야구를 상징하는 고시엔(甲子園) 대회는 봄부터 지역 예선을 거쳐 여름 방학 중 본선이 치러진다. 그만큼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학교 스포츠가 진행되고 있다.

체육인들은 권고안이 현실성을 지니려면 먼저 현재 교육제도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든 학생이 방과후 스포츠 클럽 활동을 의무적으로 참가하는 환경이라야 그 과정에서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듯 뛰어난 자질을 지닌 우수한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학교 스포츠의 저변이 넓어져야 학생 선수들이 수업을 착실하게 받을 수 있고 엘리트 스포츠 역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아래에서 학생들은 운동장, 체육관과는 담을 쌓는 게 현실이다. 학습권 보장만 강조하다 보면 엘리트 스포츠의 토양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체육계의 주장이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그나마 방과후 스포츠 클럽 활동을 하다가도 입시와 연관이 되는 중학교부터는 공부에 ‘올인’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운동부를 보유한 일선 학교들도 운영에 필요한 재원 부족과 각종 민원 등을 이유로 있는 운동부를 하나 둘 폐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특정 종목의 경우 초등학교에는 팀이 있지만 중학교나 고교에는 팀 자체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가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과 운동을 조화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 권고안은 일선 체육계의 목소리를 간과한 측면도 있다. 지역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권고안의 내용대로 최저학력제에 도달해야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동의한다”면서도 “주중 대회 개최 금지는 스포츠의 고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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