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여행지서 책읽기에 빠지다 /심성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2 19:18:0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에게 해외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가는 곳마다 책을 사는 일이다. 나는 일단 전공 영역인 교육학 관련 책을 우선해서 구매한다. 이것이 나의 여행 취미이며 습관이 되었다. 책을 사지 않으면 여행하는 재미가 없다. 낮에 산 책을 읽으며 여행하는 것이 나의 최대 즐거움이다. 낮에 책을 구매하지 않으면 밤이 외롭다. 그래서 나의 세계여행은 ‘책 구매’에서 시작되며, 늦은 밤 숙소에서의 ‘책 읽기’로 이어진다.

가는 곳마다 대학을 방문하는 일은 여행 코스의 중심이 된다. 몇 해 전 미국의 하버드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구내서점에는 인문학 관련 책은 거의 보이지 않고, 온통 기술과 컴퓨터 관련 책뿐이었다. 이를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기술주의에 빠진 학문 경향에서 미국 사회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기술로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그 기술 때문에 폐망할 것을 예고한다. 스페인 포르투갈이 그랬다.

그런데 영국 런던대학의 교육전문대학원을 방문했을 때는 미국 상황과는 너무나 달랐다. 구내서점에는 인문학 책과 교육학 서적이 엄청나게 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90여 권이나 되는 책을 구매했다는 것은 이 대학의 연구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책을 가방에 다 넣을 수 없어 일부는 소포로 부쳐야 했다.

출판 규모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말해준다. 기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모두 번영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인문학자 한스 요나스는 기술적 진보에는 반드시 도덕적 진보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시카고 대학의 너스바움 교수는 인문정신이 부재하면 민주주의가 위태롭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책 읽기를 통한 인문정신의 배양이 중요하다.

여행지에서 책을 사 읽으면서 보내는 나의 색다른 여정은 부산교대에 책을 많이 읽도록 인도하는 ‘인문교육학과’ 대학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강좌는 철학 미학 사회학 상담학 치유학 시민교육 등 다양하다. 강사는 내부 교수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주로 우수한 외부 강사 중심으로 짜고 학습자가 원하는 성인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고전 읽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유적지 답사도 하고 인문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카데미도 탐방한다. 그래서인지 설립한 지 6년째인데 입학생이 항상 20여 명이나 된다. 신부, 목사, 형사, 교도소 교정직, 물리치료사, 독서지도자, 상담자 등 직업군이 다양하다. 40, 50대 주부가 많지만 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있다. 성인학습자들은 졸업할 때쯤 되면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술회한다. 물리치료사는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고객의 허리 치료기술이 좋아졌다고 하고 손님도 더 늘었단다. 경쟁 만능주의 시대에 인문학의 효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시민이 자꾸 많아져야 한국사회의 교양과 문화 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모 지방 신문사에는 매주 50여 권의 책이 도착하는데 이 책을 읽는 기자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많은 책이 기자의 책상 위를 늘 굴러다닌다고 한다. 기자가 책을 보지 않으니 사건을 이해하는 안목이 좁을 수밖에 없고, 이러면 여론은 오도되기 쉽다. 그래서 어느 기자는 자기의 정신적 고갈을 느껴 ‘책 읽는 기자모임’을 결성했다고 한다. 더는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다행히 이런 기자가 있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나의 해외여행은 자연과, 사람과, 역사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여행지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 다른 민족과 종족의 이색적 취향 속에서 색다른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들을 더욱더 깊게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정신에 영향을 준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하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록을 정리한 책을 읽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방문하는 나라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나의 해외여행은 방문한 나라의 책을 사고 읽는 것이다. 그리고 콜콜 주무시는 수호신의 보호를 받으며 늦은 밤 스탠드를 켜놓고 고요히 책 읽기의 삼매경에 빠져든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는가?

부산교대 명예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코로나시대 문화계 지각변동 <하> 대면공연·온라인 전시관…언택트가 대세다
  2. 2“남북 협력관계 실타래 푸는 마중물 역할 희망”
  3. 3가나안 보청기, 로사리오 카리타스에 보청기 기증
  4. 4코로나 뚫고 시동 건 나스카
  5. 5부산서부교육지원청, 학폭 예방 심리 지원
  6. 6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2일(음력 윤 4월 11일)
  7. 7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8. 8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9. 9부산 부산진구, 백내장 수술 치료 및 보호용 안경 지원 약속
  10. 10동아대 AMP 47대 신임동문회장 이미근 대표
  1. 1‘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76조 쏟아붓는다
  2. 2정부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한국 정부 입장’ 내일 발표
  3. 3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 철새 서식지 개방 본격 추진
  4. 4동아대 총동문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 동문 축하연 개최
  5. 5통합당 1호 법안은 ‘코로나 패키지’…소상공인 지원·등록금 환불 등 담겨
  6. 6부산 야당 총선 1호 공약이던 ‘해양특별시 특별법’ 발의
  7. 7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8. 8민주당, 국회 개원 압박…통합당 “원구성 협상이 먼저”
  9. 9김해영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유력
  10. 10김종인 “진취적인 통합당 만들겠다”…경제혁신위 신설
  1. 1음주·뺑소니 교통사고 보험 최대 1억5000만 원 자가부담
  2. 2금융·증시 동향
  3. 3미래먹거리 찾는 기업 늘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가파른 증가세
  4. 4여성 1인 가구 안전대책 만들고 중년 재취업 지원
  5. 5주가지수- 2020년 6월 1일
  6. 6‘한국판 뉴딜’ 일자리 55만 개 공급
  7. 7코로나에 뒷전 된 균형발전 “지역산업 수도권과 격차 우려”
  8. 8한국해양진흥공사, 제3회 해운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개최
  9. 9'코로나19 직격탄' 여행업계 2분기 매출 전망치 급감
  10. 10부산항만공사, 이달부터 감천항 재난안전 방송 5개 국어로 실시
  1. 1부산 사흘째 신규 확진 ‘0’…고3 접촉자 중 추가 확진 없어
  2. 2부산 구·군 노조 5일째 시청 농성 ‘재난지원금 업무 갈등’
  3. 3해운대 레지던스 호텔서 화재, 손님 대피
  4. 4울산 북구 암시장에서 도망 나온 암소 도로 활보…초등교 하교 연기 소동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5명…인천·경기 30명
  6. 6기장군 아파트 콘센트서 화재... 30대 여성 부상
  7. 7경남 고성서 화약공장 폭발 사고 … 4명 부상
  8. 8사상구 괘법동, 한국요양병원과 함께 취약계층 학생 '사랑의 PC' 지원
  9. 9창원터널 시설개선사업 최종 완료
  10. 10인천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 15명 이상 추가 확진
  1. 1우즈 지난 1년 수입 96%가 기업 후원금
  2. 2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3. 3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4. 4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5. 5부산 아이파크 또 미뤄진 첫 승
  6. 6부친상 겪고 데뷔전 오른 샘슨 “야구가 최고의 치료제”
  7. 7롯데, 모처럼 뒷심…두산에 전날 연장 끝내기 패 설욕
  8. 8이소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통산 5승
  9. 9‘산초 해트트릭’ 도르트문트, 6-1로 파더보른 대격파하며 2위 수성
  10. 10'우슈 산타 세계 2위’ 차준열이 밝힌 산타가 MMA에서 통하는 이유(고수를 찾아서 2)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포구예찬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기고 [전체보기]
폭염과의 현명한 동행 /김종석
지역균형발전, 상향평준화의 길 /권오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고대사는 가야사? 신라사? /권용휘
더이상 ‘오거돈’ 궁금하지 않다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장관 출신에게 관심을 /정옥재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LA 폭동’ 악몽
산복도로 조망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치의 딜레마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사설 [전체보기]
‘한국판 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 성장 동력 되길
도시재생사업 한다며 지역 문화유산 철거해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또 밥만 먹는 협치?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홍현주의 ‘소림모옥도’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