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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아이디어를 도둑맞지 않는 방법 /박정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9 18:56:0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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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 때 겪은 일이다. 운동회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반 대항 응원전을 할 예정이니 응원 구호와 응원가를 생각해보고 종례시간에 정하자”고 하셨다. 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응원구호와 응원가를 무엇으로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종례시간이 되자 몇 명 아이가 손을 들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런데 한 친구가 제안을 하고 자리에 앉자 손을 들었던 또 다른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금방 발표한 친구가 제안한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그때 그 친구는 “내 생각을 도둑맞았다”고 표현했다.

부동산이나 돈과 같은 유형의 자산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훔친다는 말이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가치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대부분의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서 나오고 지식·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오늘날에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바로 기술혁신의 단초가 된다. 그래서인지 굴지의 대기업조차 타인 또는 타 기업 아이디어를 합법적으로 포장하여 탈취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무기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진보하게 개발하거나 상품화시키는 데 필요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정부지원금을 받거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공모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사업설명을 하다. 안타깝게도 본인의 아이디어가 대기업들의 타깃(target· 대상)이 된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사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개발자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탈취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도 이에 대해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가 미흡했었다. 아이디어 수준에서는 특허를 받기가 힘들고 영업비밀에 대한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에 대해서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 ‘표현’되지 않는 아이디어 자체로는 보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대기업 등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중소기업 또는 개발자 등의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취득한 후 이를 사업화해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도 이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 부당한 사례가 이어지자, 관련 입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시류를 반영하여 아이디어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7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전통적인 지식재산권 법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아이디어 보호에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가 이 규정으로 보호받을 수는 없는 만큼 보호를 위해 갖춰야 할 요건을 미리 알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보호에 관한 신설규정(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을 살펴보면, 먼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제공된 것이어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거래교섭 등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과거의 거래내역이나 이메일, 공문 등 수·발신내역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일방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한 경우는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음으로는, 제공된 아이디어가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하는데 ‘경제적 가치’는 추상적 개념이어서 향후 구체적 해석과 함께 사례가 축적되어야 그 범위를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 사용이 제공 목적에 반해야 한다. 이를테면 공모전을 열어 아이디어를 제출받은 기업이 수상을 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언뜻 까다로워 보이지만 아이디어 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규정이다. 아직은 시행 초기이므로 아이디어를 보다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또 제도 정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스스로가 타인의 땀의 결실인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이를 모방, 도용하는 것이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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