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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동래 패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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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흔적은 뜻하지 않게 발견되는 게 대부분이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가 어느 순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동래 조개무지(패총)도 이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1930년 옛 동해남부선 철도공사를 하던 인부들이 낙민동 일대에서 우연히 땅속에 묻힌 옹관 4개를 확인하면서 그 실체가 확인됐다.

그렇지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근대화의 과정이 숨가쁘게 이어지는 변혁기에 하찮은(?) 조개무지에 관심을 쏟기는 힘든 일. 오랜 세월 방치됐던 동래 패총은 1967년이 돼서야 전문가들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유적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립중앙박물관이 1970년까지 여러 차례 발굴조사를 하면서부터다.

동래 패총에서는 조개 껍데기 외에 토기와 골각기, 동물 뼈 등이 다량 출토됐다. 학계에서는 1992년과 1993년에 이뤄진 추가 조사를 통해 이곳이 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생활유적지임을 밝혀냈다. 규모면에서 부산 영도구 동삼동 패총에는 미치지 못하나 부산의 유일한 삼한시대 패총이라는 점에서 나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동래 패총이 사적 제192호로 지정된 이유다.

어떤 이들은 패총을 ‘선사시대의 타임캡슐’이라고도 부른다. 조개 껍데기에 포함된 석회질이 땅속에 녹아들면서 토기나 석기, 짐승의 뼈 등을 온전히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옛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으며 어떤 도구로 수렵을 했는지를 추측한다. 그러고 보면 조개무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알 방법이 없었던 과거를 되살려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인 셈이다.

이런 역사적 가치가 있음에도 동래 패총은 그간 철저하게 잊힌 존재로 남아 있었다. 부산시가 1993년 발굴조사 후 별다른 활용 계획이 수립되지 않자 우선 유적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일반인의 접근을 막은 까닭이다. 이러니 인근 주민조차 동래 패총의 존재를 잘 몰랐다고 한다. 관련 전시관까지 세워 많은 관람객을 끌어 들이는 동삼동 패총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때마침 동래구가 빠른 시일 내 개방을 전제로 이곳에 대해 정밀발굴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적지 일대 재정비와 탐방로 개설도 시가 내놓은 계획안에 담겼다. 동래 패총을 역사 교육장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을 구청이 받아들였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만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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