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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검찰의 업보, 국민의 비극 /강필희

수사권 조정안 검찰 반발, 과거 행적 탓에 여론 냉담

자업자득 지적은 맞지만 논의 실종 땐 국민 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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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번 주중 기자회견을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문제점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직후인 지난 1일 해외출장 중 반대의견을 피력했던 문 총장으로선 네 번째 공식 입장 표명이다. 검찰의 주장은 간단하다. ‘검찰공화국’을 고치려고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수사권 축소를 추진하다간 ‘경찰공화국’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법무부는 10일 자로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 전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검찰이 겸허해져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재논의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직후다. 문 총장의 임기가 두 달 이상 남았지만 ‘차기 총장 프레임’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국민도 검찰 힘을 빼야 한다는 데 더 많은 박수를 친다. 지난달 26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사권 조정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57.3%, 반대는 30.9%에 그쳤다. 1년 전 조사에서도 찬성(57.9%)이 반대(26.2%)의 배 이상인 분포는 비슷했다. 검찰이 ‘국민기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아무리 핏대를 세워도 사람들은 검찰의 입이 아닌 검찰의 발, 즉 지난 행적을 보고 있다. 현재 검찰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검찰 개혁에 실패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저서 ‘운명’)라는 표현 속에 잘 녹아 있다. 노 대통령 때 대검 중수부가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바람에 검찰 개혁의 타이밍을 놓쳤던 것을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한탄에 가까울 만큼 후회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검찰이 노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망신 주듯 탈탈 털어 수사하는 과정을 지켜봤던 문 대통령에게 검찰은 개혁 대상 1호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뿐일까. 정부여당 인사 누구나가 정권이 바뀌면, 또 정권이 후반부로 넘어가면 검찰의 칼날이 자기들을 겨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정권 초반엔 현존권력이, 후반엔 미래권력이 ‘검(檢)’을 쥔다는 걸 검찰 스스로가 그간 입증해오지 않았나.

여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야당이 검찰 편인 것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정부 들어 진행된 적폐수사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가혹하고 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 배경엔 검찰의 필요성을 현 정부에 각인시켜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한국당이 검찰의 기득권 지키기에 들러리를 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게 우습다. 한국당이 검찰 편을 든다면 집권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요즘처럼 차기 구도가 흐릿한 국면에선 더더욱 나서줄 리 만무하다.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수사권 조정보다 선거법 개정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무엇보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정치인 중에 검찰 좋아하는 경우를 본 적 없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기소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쏙 빼놓은 사람들이다. 내심 지금이 검찰을 손볼 절호의 기회라 생각할지 모른다.

수사권과 정보권을 모두 쥔 경찰이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되면 국민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검찰의 주장은 따지고 보면 일리 있다. 우리나라 경찰관 수는 12만 명이다. 수사 경찰만 2만8000명, 정보 경찰도 3000명이나 된다. 2083명 검사 전체 숫자보다 훨씬 많다. 검찰과 경찰이 모두 수사권을 갖고 있지만 민생 관련 수사는 대부분 경찰에서 우선적으로 한다. 살인 사기 성범죄 폭력 교통사고 등이 모두 여기 해당한다. 말하자면 검찰은 고공전, 경찰은 저공전이다. 최근 ‘버닝썬’ 사건에서 보듯 민간과 접촉면이 훨씬 넓은 경찰이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도 크다. 경찰은 군부독재시절 안기부와 함께 국민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된 적 있다. “탁 치니 억 하고 죽더라”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일어난 곳은 치안본부 대공분실이었다. 이런 경찰에 검찰의 지휘 없는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 권력 남용 위험이 크다는 우려는 학계에서도 나온다. 참여연대 측 양홍석 변호사마저 “경찰이 불기소 관련 내용을 모아서 만든 기록에서 검찰이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할 정도다.
그뿐 아니다. 지금 공수처라는 또 하나의 막강한 수사기관 설치법안도 패스트트랙에 태워져 있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 모두 실현됐을 때 국민의 일상생활은 심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실무적 문제점과 파급력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일지 않고 있는 최근 분위기는 검찰의 업보다. 무엇보다 검찰에 대한 냉담 때문에 수사권 논의가 그저 강물처럼 떠밀려가듯 진행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국민의 비극이다.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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