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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신질환, 격리·통제보다 재활에 초점을 /유동철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9 19:31:34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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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산의 한 마트에 정신질환자가 흉기로 시민을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다. 친누나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다. 이 사건들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경남 진주, 강북삼성병원, 강남역 등 잇따른 사건의 피의자들이 모두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공포는 벌써 행동화되어 일부 부산시민은 정신보건시설(공동생활가정)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들 사건의 원인으로 정신질환자의 장기간 미치료와 증상 악화가 지목되고 있다. 진주 사건 피의자는 사건 발생 전 2년9개월 동안 치료받지 못했고 임세원 교수를 살해한 환자는 치료 중단 1년 만에 병원에 왔었다. 그 때문인지 당국의 대책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그래서 치료받지 못한 중증정신질환자를 발굴 관리하는 게 주를 이루고 있다. 부산시에서도 지난 1일 정신응급대응협의체를 구성하고 미등록 고위험 정신질환자 전수조사 및 발굴 등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가? 사건만큼이나 대책도 반복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인식만 확산되고 공포감만 키울 뿐, 이번에도 여론에 떠밀려 성급한 해결책을 찾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앓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정신질환은 누구든 걸릴 수 있고 조기에 치료받으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이다.

그러면 그들은 왜 치료받지 못했을까? 2018년 부산시 정신건강실태조사를 보면 부산시민은 ‘치료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워서’(37.8%), ‘기록이 남아 보험가입·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까봐’(31.5%), ‘정신과 진단이 두려워서’(23.5%) 등의 이유로 정신과 방문을 꺼렸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될지 몰라서’(25.7%), ‘치료비가 부담 돼서’(24.2%) 치료를 망설였다.

부산시민이 정신과적 증상이 발생한 뒤 최초 치료를 받기까지는 1년11개월 걸렸고, 진단별로는 우울증이 3년 2개월, 불안이 2년2개월이 걸렸다.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얼마나 치료를 방해하는지 알 수 있다.

2018 국민정신건강태도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5.3%가 지역사회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또 문제를 자각했지만 치료받지 않은 비율이 60.9%에 이른다. 마땅히 찾아갈 곳도, 제대로 된 정보도 없는 셈이다.

현행 정신건강서비스 체계는 격리와 통제방식에서 벗어나 회복과 재활지원의 방향으로 새롭게 나아가고 있으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 정신건강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부산에는 광역 1개소 및 기초 16개소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정신재활시설은 13개소에 불과하다. 지역사회재활시설 미설치 지역은 6개 구나 된다. 정신건강예산도 부산 인구 1인당 2757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고 광주(6707원), 대전(4999원) 등에 비해 현저히 적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 인프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예방과 조기 치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정신건강서비스체계는 정신질환으로 아직 이환되지 않았거나 초기 경증질환에 대한 조기 개입 및 치료서비스 측면에서 더욱 부족하다.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도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되고 악화된다. 악화된 후에는 회복 불가능한 극단적 선택을 더 많이 한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다른 신체질병과 마찬가지로 대처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지역인프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신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제공 책임은 국가와 사회에 있을 것이다. 불안한 사회에서 개인이 안전할 수 없다. 이런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신건강 문제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보편적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고 임세원 교수의 당부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부산복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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