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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가족친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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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체 공장의 경영 스타일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1980년대 무렵으로 외신에도 소개됐다. 즉, 직원 이직률이 거의 제로(0)에 가깝고 생산성도 현지 다른 공장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다. 비결을 살펴보니, 직원은 물론 그 가족까지 감싸주는 한국적 방식이었다. 직원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도 그에 냉담한 미국 공장과 달리 한국 공장은 직원의 사사로운 일도 회사가 신경 쓰고 감당해주는 것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그중 한 사례는 이렇다. 여직원의 남편이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되자 회사 측은 수술비를 지원한 것뿐 아니라 여직원이 남편을 매일같이 문병·간호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줬다. 또 이혼소송을 당한 직원에게 회사 고문변호사로 하여금 그의 소송을 도와줬다는 것이다. 부모 심부름이라도 자기 일이 아니면 거의 모른 체하고, 직장 내에서도 개인주의가 만연한 미국 풍토에서는 그 같은 가족주의적 운영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듯싶다.

북유럽 국가들은 그 방면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양성 평등사회에 기반을 둔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로 벌써 이름나 있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여성고용률(70%대) 및 합계출산율(1.70~1.88)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나 우리나라보다 크게 웃도는 것도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내 가족친화 기업이 고용과 경영실적 등에서도 모범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관련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148개사의 지난해 말 기준 고용 인원과 매출·영업이익을 파악해 보니, 2년 전보다 각각 7.5%, 12.9%, 31.1%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어느 인증 기업은 고용이 378%나 늘었다. 미인증 기업의 각 지표도 올랐지만, 그보다 증가폭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가족친화 기업은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을 추구한다. 출산·양육 지원과 육아휴직 등 13개항을 심사해 인증하는 것으로 여러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도입 첫해인 2008년 14개사에서 지난해 말 3328개사로 늘었다. 여기에는 부산 업체도 상당수다. 하지만 우리의 출산율은 1.0 선이 붕괴될 정도로 인구절벽이 심각하다. 그렇더라도 해결책은 가족친화에 있다. 관련 정책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 가족친화 기업을 계속 확산시켜야 옳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일과 생활의 조화가 필수적이니 말이다. 세상이 변해도 가족의 가치와 힘을 믿는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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