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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생식세포 의료산업, 부산시가 문을 열어라 /하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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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5-08 19:36:26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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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난임 부부가 많다. 주위로부터 “아기는 언제 갖느냐”는 말을 들어도 속 시원하게 그들은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신혼부부가 만약 임신 자체를 할 수 없다면, 인공수정·체외수정으로 임신할 수 있다. 의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사회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몇 가지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부산의 어느 시아버지 자산가는 아들 부부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자기 정자를 며느리에게 기증하려는 일이 었다. 비슷한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가? 아이가 성장하여 출생 비밀을 알 수 있을까? 아들 부부가 이혼하거나 사별한다면 양육비를 누구에게 청구해야 할까. 비배우자 사이의 인공수정은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시아버지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어느 미혼녀의 임신 이야기다. 이분은 익명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하고 싶어 한다. 돈을 지불하더라도 좋은 정자를 받고 싶다. 그렇다면 정자를 돈으로 살 수 있겠는가? 이런 계약들은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가? 자기결정권이 보장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현행 법률은 정자매매·정자기증보상금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생식세포는 신체 일부분이고, 단순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자매매 계약은 법률로 무효에 해당한다. 다만 자유로운 의사로 하는 정자 기증자에게 교통비 및 의료서비스 실비를 지급한다. 보건복지부령에 규정되어 있다. 한편 난임 전문 산부인과 의사가 시아버지와 미혼녀가 구해온 정자로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을 하는 의료계약도 법률상 무효다. 이 경우 의사는 형사 책임, 손해배상 책임, 의료인자격 상실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서 드문드문 찾을 수 있는 난임 부부는 맞벌이일 경우가 많다. 인공수정을 위해 수개월간 임신을 위한 비자발적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정부와 직장은 ‘임신 전 휴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임신을 하려는 이 여성은 휴직을 하거나 심할 경우 퇴사를 해야 한다. 생물학적 장애로 어쩔 수 없는 비배우자 사이 인공수정을 할 때에는 절차가 더 복잡하다. 정자수증 절차와 그 비용, 파생되는 법률 문제를 모두 부부가 자체 해결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임신·출산을 체계적으로 돕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지방자치단체는 바로 이런 평범한 가정과 부부들을 도와야 한다. 문제는 공공성이며,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양질의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아, 수집·관리·보관·제공하고, 폐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공공성이 보장된다. 국가·지방자치단체는 정자·난자 검진 의료비, 인공수정 시술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임신 초기 비용이다. 그다음은 기존 정책대로 하면 된다.

만약 결혼 후 2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는 경우, 출산장려 임신 휴가를 법률로 보장하면 어떨까. 장기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살리는 길이다.

출산부양 법 체계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수정자격, 비배우자 사이 인공수정, 친생자 추정, 인공수정과 모자 관계, 부양권·부양의무·상속권, 인공수정과 설명의무, 법률혼·사실혼 관계와 인공수정, 남편 사망 후 냉동정자로 인공수정, 자의 생물학적 알 권리, 미혼녀 인공수정출산과 의료계약무효·친자관계, 수정란 법적 지위와 유전자 조작금지, 대리모 출산금지, 생식세포 관리·처분·이용·폐기, 설명의무와 개인정보보호 등이 담긴 새로운 생식세포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부산에는 (재)한국공공정자은행과 연계된 16개 난임병원이 있다. 생식세포법이 정비되면 현재 어느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법기증 불법수증 불법매매 불법시술을 정화할 수 있다. 침묵의 사회는 정상사회가 아니다. 생식세포 의료산업은 선업(先業)이다. 가정도 살리고, 경제도 살린다.

부산시는 올해 예산에서 한국공공정자은행 등 생식세포 연구기관 지원비를 대폭 삭감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환경적으로 의료산업에 장점을 갖고 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생식세포 의료산업에 대문(大門)을 열고 의료·법학·관광·산업이 함께 뛸 수 있도록 해야 할 시점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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