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이다.” 사르트르가 삶에 관해 남긴 유명한 명언이다.
우리의 삶은 사람, 관계, 가족, 사회 등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존재한다. 삶의 다양한 요인 중에서 ‘직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자아실현을 위한 한 가지 수단이면서도 생계유지를 위한 사회적 활동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청년들에게 직업선택을 위한 진로고민은 마치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이 무섭고 어둡기만 하다. 점점 높아지는 실업률과 취업 문턱의 영향으로 청년 불안감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청년 취·창업이 국가의 주요 정책용어로 떠오른 지도 오래됐다. 새로운 도전은 더 어려워지고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분위기는 2019년 9급 국가직공무원 경쟁률 39.2:1 이라는 경이로운 숫자가 뒷받침한다. 너도나도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의 사회에서 청년들 희망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수용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과연 ‘꿈’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기에는 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취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대학교에서의 캠퍼스의 낭만은 그러한 취업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시절의 대학문화를 현재의 대학문화와 비교하며 씁쓸해하는 기성세대가 많고, 지금 대학생들을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다 쓴 건전지와 같이 무기력하고 패기 없는 존재로 보기도 한다. 당장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지금을 즐기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 되물어볼 뿐이다. 경제호황기의 시기를 지나 IMF사태를 겪으며 한국경제에 적색신호가 켜졌고, 한국 경제에 밝은 날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부터 대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국민에게는 자신의 직장이 더는 안전지대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함께 잿빛 미래의 시작을 예고했다. 저성장과 취업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은 취업과 관련한 이슈들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취업을 생각하면 우리는 점점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각종 정책이 새롭게 시행되고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 답이 시원하지는 않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새로운 사회적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다. 로봇공학,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의 시작이 바로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으로 5년간 약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운 산업의 시작은 청년실업률에 대한 고민만을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세계 변화와 한국의 고질적인 청년실업은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가슴을 옥죄기만 할 뿐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진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저 현재 사회구조가 정해 놓은 방식에 나를 맞추어 가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만의 세상을 설계하고 내가 선택한 경험들을 믿고 신뢰해야한다. 내 삶에 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힘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 워라밸과 같은 용어가 생긴 것도 힘든 지금을 버텨내기 위한 하나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본다.
이 시대 청년들은 유례없는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은 더욱 피폐해졌다. 국가적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정신적 힘을 채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의 정신적 빈곤을 채워줄 수 있도록 자신만의 진로를 선택하고 경험하고 철학을 세워나가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교육기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진로상담문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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