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휴전협정이 맺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대에 의과대학이 설립되고 부속병원이 개원했으며, 1957년에 병원 내 진료과로 치과가 생겼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기자재도 없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근대 치과의 진료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구강진료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지방에서는 더욱 이런 현상이 심화해 1970년대에는 치과의사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치과대학 설립이 추진됐다.

1979년 봄 부산대 문리과대학에 대통령령으로 ‘치의예과’라는 학과가 신설되고, 부산 경남을 아우르는 영남권 첫 치과의사 양성 교육기관에 입학생이 들어왔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나 지역사회에 유일한 치의학 교육연구기관인 부산대 치과대학(현 체제로는 치의학전문대학원, 이하 치전원)이 불혹을 맞았다. 40년 세월 동안 우수한 학식과 역량을 갖춘 치과의사 및 치의과학자 양성은 물론 시민에게 앞서가는 최신 치과진료를 공급하는 원천이 되었다.

부산대 치전원의 역사는 30년의 아미동 역사와 양산으로 이주한 10년의 역사로 구분되며, 양산캠퍼스로의 이주는 한 단계 도약·발전하는 원천이 됐다. 학문적 발전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내 선도 치의학교육연구기관이 되는 계기였다. 40주년을 맞은 지금은 더 멀리 미래를 설계하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할 때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마흔이 되면 성장이 멈춤은 당연하고, 체력이나 신체적 생리적 약화를 순리로 생각하고 중·장년 및 노화의 길로 가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교육연구 기관은 그런 노화나 퇴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도나 예우는 사회의 가치관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특히 가르침을 제공하는 교수의 지위는 디지털 문명의 발전으로 그 지위가 약화해 ‘내가 선생이고 교수이니 나를 따르고 내 말은 진리다’는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시대가 됐다. 학생은 이미 디지털 매체로부터 국내외의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고 있다. 교수는 학생과 동료가 돼야 하고, 지식의 나눔보다는 경험과 인문적 소양을 나누는 데 매진할 때가 됐다. 스스로를 낮추는 교수가 흔히 말하는 ‘인싸’가 될 수 있다. ‘내가 교수다’는 거들먹거림은 그야말로 ‘아싸’가 되는 지름길이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예측을 초월하며 급변하는 환경이다. 이에 적응해나가는 역량이 구성원과 기관의 발전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변화에 적응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우리가 더 즐길 수 있는 교육연구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부산대 치전원은 ‘국제화’ ‘특성화’를 발전의 주제어로 제시하고 있다. 첨단디지털치의학 의료기술을 조기 체험하게 하고, 올바르게 임상 적용을 할 수 있도록 혁신디지털 치의학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중복 유사 연구소를 통폐합해 개교 40주년이 된 지난 3월에 통합 치의생명과학연구소를 신설, 지역사회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리더 치의학 연구기관으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런 발전적 변화의 주도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선도 치의학교육연구기관이 되기 위한 초석으로서, 마치 40년 전 봄날의 그 출발점을 떠올려 보게 한다.

교육연구기관은 구성원이나 동문들만의 것이 아니며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소통하며 나눌 때 더욱 건강할 수 있다. 연구활동은 연구결과물에 한정될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산업 발전과 경제 생활에 직접 연계가 되는 것이 좋다. 치과의사로 봉사하고 있는 출신 동문과 함께 실질적으로 소통하는 건강한 유기적 기관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부산대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40주년으로 재도약을 설계하는 시점에 부산시와 부산시치과의사회 유관 치의학연구소 및 기업들이 첨단 치의학산업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유기적 소통을 원하는 적절한 때 한마음으로 우리의 목표를 세우고 같이 꿈꿀 수 있게 됐다. 그 중 작은 꿈 하나가 시민의 목소리 한마디이다. “부산치대가 치과 치료도 해주고, 우리를 멕이 살리주네!” 그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