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비타민의 효과 유무에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비타민제를 반드시 챙겨 복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식사만으로는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들을 섭취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타민 D는 몸에서 합성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모든 비타민은 몸에서 만들어낼 수가 없다. 음식물을 통해서만 공급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음식물을 통해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했지만 요즘처럼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충분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술, 담배, 환경호르몬 등에 노출돼 우리 몸에 있는 비타민들이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현대인은 훨씬 더 많은 비타민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수십 년 전에 비해 과일과 채소에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우스재배로 햇빛을 제대로 쐬지 못해 광합성을 통한 비타민의 생성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또 과일과 채소의 비타민은 따자마자 파괴가 시작돼 장기간 저장할 경우 대부분의 비타민이 파괴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대형마트의 과일 중 딴 지 2, 3일 이내인 것이 과연 있을까.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미리 설 익은 채로 따기 때문에 충분히 비타민이 생성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과학기술청에서 식품성분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비타민들을 1952, 1982, 1993년도를 각각 비교해보니,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금치의 경우, 1952년 한 단의 비타민 C와 철분을 얻기 위해선 1993년도엔 시금치 스무 단 이상을 먹어야 한다.

결국 특별한 질병이 없는 경우엔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으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엔 따로 비타민 제제를 복용해야만 한다.

그럼, 나에게 필요한 비타민은 뭘까. 나이별로 골라 먹는 비타민 맞춤 처방전을 공개한다.

소아의 경우 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 B군, 비타민 C, 비타민 D가 필요하다.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 종합영양제에 이 성분들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종합영양제를 하루에 한 알씩 먹이면 된다.

청소년 시기엔 학교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되므로 피로 해소를 위해 비타민 C와 비타민 B군이 필요하다. 하루에 비타민 B 복합제 한 알과 비타민 C 2000mg 정도 복용하면 된다.

임신부는 식사만 균형적으로 잘한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엽산이 포함된 비타민 B제제와 철분제제는 복용하는 것이 좋다. 젊은 직장인의 경우 채소나 과일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타민이 전체적으로 부족할 수 있으므로 따로 종합비타민제제를 하루 한 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이 잘 일어나는 시기인 40, 50대의 경우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 C와 마그네슘 제제를 따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60, 70대의 경우 장관에서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B12의 흡수율이 감소되므로 골다공증이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칼슘과 비타민 D, 비타민 B 복합제와 비타민 E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요약하면, 바쁜 직장인들은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타민 C와 비타민B 제제들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비타민 제제들을 여러 가지 복용하다 보면 중복되는 비타민 성분들이 종종 있다. 수용성비타민들은 상관이 없지만 지용성비타민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 후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복용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고신대복음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