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2 20:02:56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상대빈곤율은 17.4%이다. 상대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이하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정확하게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인구를 전체 인구로 나눈 값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정렬한 상태에서 딱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거의 절반을 가져갈 정도로 소득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에 유럽 복지국가들에 비해 중위소득의 크기가 작다. 해서, 한국의 상대빈곤 인구는 실제로는 절대빈곤에 가까울 만큼 가난한데, 2017년 현재 전체 인구의 17.4%나 된다.
한국의 상대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3번째로 높다. 미국이 17.8%(2016년)로 가장 높고, 다음이 이스라엘이다. 상대빈곤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덴마크로 5.5%(2015년)이고, OECD 평균은 11.8%다.

이번에는 한국의 연도별 상대빈곤율 추이를 살펴보자. 2011년 18.6%였던 상대빈곤율은 2012년 18.3%, 2013년 18.4%, 2014년 18.2%로 조금씩 증감을 거듭하다 2015년엔 17.5%로 크게 감소했다. 그리고 2016년엔 17.6%로 약간 증가했고, 다시 2017년엔 17.4%로 전년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2018년의 상대빈곤율은 어떨까. 이를 유추하기 위해 2월 말 발표된 ‘2018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고소득층과 중간층은 소득이 증가한 반면, 소득하위 40% 계층은 소득이 감소했다. 즉 소득상위 20% 계층의 2018년 4분기 소득은 2017년 동기에 비해 10.4% 늘었지만, 소득하위 20% 계층은 17.7%나 줄었다. 그리고 소득하위 20~40% 계층의 2018년 4분기 소득도 전년 동기에 비해 4.8% 줄었다. 종합해보면 2018년 4분기의 중위소득은 조금 늘어났는데 비해 하위소득 계층은 전년 동기에 비해 소득이 줄었고, 특히 상대빈곤율 17.4%와 겹치는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17.7%나 줄었다. 결국 2018년 상대빈곤율은 2017년의 17.4% 보다 증가했을 개연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는 격차 사회의 모순을 해소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최우선적 목표가 바로 상대빈곤율의 축소다. 선진 복지국가의 상대빈곤율이 5~10%이고 OECD 평균이 11.8%인 점을 감안할 때, 상대빈곤율 17.4%는 너무 높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통해 상대빈곤율을 2017년 17.4%에서 2023년 15.5%로 낮추고, 2040년엔 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지켜보며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하나는 상대빈곤율 감축 속도가 왜 이렇게 더디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많은 상대빈곤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전략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국은 상대빈곤자의 다수가 사실상 절대빈곤에 가깝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 중 극히 일부만이 공공부조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공공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는 2018년 말 현재 174만 명(생계급여 123만, 의료급여 140만, 주거급여 153만, 교육급여 31만)으로 전체 인구의 3.4%다. 여기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생계급여 수급자는 123만 명으로 인구의 2.4%에 불과하다. 결국 상대빈곤율 17.4%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4~3.4%를 빼면 최소한 전체 인구의 14%는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 인구임에도 공공부조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이것이 복지 사각지대 내지 정책 공백지대에 해당한다. 포용적 복지국가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메워야 한다. 먼저 국민기초생활보장을 확충해야 한다. 절대빈곤에 가까운 상대빈곤율이 17.4%인 나라에서 3.4%의 빈자만을 보호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공부조에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는 건 옳지 않다. 그래서 보편적 사회보장이 중요하다. 일자리와 소득 및 사회서비스 보장이 유기적·통합적으로 제공되도록 해서 누구라도 사회보장을 통한 자립적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빈곤층으로 떨어지게끔 방치해놓고, 일부 극빈자만을 공공부조로 보호하려니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게끔 보편적 사회보장이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보편적 사회보장의 중요성을 ‘송파 세 모녀’ 사례로 설명해볼 수 있다. 당시 가족의 생계는 식당 일을 하던 엄마 박 씨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자살 한 달 전에 오른팔을 다치면서 일을 못하게 됐다. 그때부터 소득이 단절됐다. 두 딸은 소득이 없었으므로 박 씨가 식당 일로 벌던 월 150만 원이 이 가구의 총수입이었다. 이 정도의 소득이면 절대빈곤선을 넘나드는 상대빈곤 가구에 속한다. 만약 한국이 실질적인 보편적 복지국가였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4대 사회보험이 작동했을 것이고, 박 씨는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으로 월 150만 원에 가까운 급여를 수령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송파 세 모녀는 공공부조에 의존하거나 자살하는 것 대신에 복지국가의 국민으로 경제활동을 계속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노동시장이 양극화돼 있고 불안정 노동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고용보험이 없어도 공공부조 대상자로 추락하지 않고 직업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별도의 소득보장 제도다. 2020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실업부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상대빈곤 인구에 속하면서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국민기초생활보장의 보호도 받지 못하던 빈자들이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된다. 즉 기준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준중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6개월간 지급한다.

상대빈곤율 17.4%가 유럽 복지국가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실업부조만으론 부족하다. 기초연금 같은 소득보장 제도 확충과 함께 상대빈곤에 빠지기 쉬운 경제적 취약 인구를 위한 ‘돌봄 경제’의 사회적 일자리를 적극 창출해야 한다. 지금 복지 분야의 획기적 재정 투입과 확장 재정 기조가 중요한 이유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허광희·안세영 8강행, 배드민턴도 메달 보인다
  2. 2동의대 펜싱 ‘금빛 요람’…비결은 혹독한 훈련·든든한 동문
  3. 3마세건·박상영, 펜싱 에페 단체전서 부진 씻을까
  4. 4방역 위반 형사처벌 초강수…손님도 예외없다
  5. 5부산시 15년 이상 아파트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착수
  6. 6잘 싸웠다, 조구함 울지마
  7. 7부산 건설사 9곳 시공능력평가 100위권…동원개발 26위
  8. 8수영 황선우 100m 결승 5위…69년 만의 아시아 최고 성적
  9. 9막강 홈팀 일본은 피했다…김학범호, 멕시코와 8강서 격돌
  10. 10[올림픽 통신] 일본 메달 사냥 승승장구…오사카 비난 눈총
  1. 1야권 잇단 부산행에 맞불…여당 지도부도 PK 민심 달래기
  2. 2이재명도 31일 방문…스윙보터 PK 공략
  3. 3국힘 대권주자 11인 첫 상견례…경선 룰 전쟁 본격화
  4. 4여당 송영길 대표 “해운사 과징금 폭탄 해결 노력”
  5. 5문 대통령 “정부, 적극 재정으로 민생 버팀목 돼야”
  6. 6윤석열·최재형 “문 대통령, 드루킹 입장 밝혀라”
  7. 7팬심 커밍아웃 부울경 의원들, 윤석열·최재형 띄우기 본격화
  8. 8여당 대선 경선, 부산 표심은 박재호·전재수에 달렸다?
  9. 9재정분권 7 대 3 무산…지방소비세율 인상폭 4.3%P로 후퇴
  10. 10박형준 시장, 야권 대권주자에 연일 ‘부산 세일즈’
  1. 1부산시 15년 이상 아파트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 착수
  2. 2부산 건설사 9곳 시공능력평가 100위권…동원개발 26위
  3. 3내년 SOC 예산, 비수도권 광역철도 등 균형발전에 집중 투자
  4. 4어디든 걸어 5분 거리에 전기차 충전기…50만기 구축 추진
  5. 5위기의 '중소' 전통시장 <하> 전통시장 체질 개선 절실
  6. 6부산 고령화 가속…생산인구 10명이 고령인구 3명 부양해야
  7. 7BIFC 63층에 한국씨티은행 개소
  8. 8온라인 판로 개척 지원, 모바일 앱 동백통 추진
  9. 9서민 울리는 라면…농심, 신라면 7% 등 가격 인상
  10. 10화승소재, 영국 기업과 해상풍력시장 진출
  1. 1방역 위반 형사처벌 초강수…손님도 예외없다
  2. 2‘산업의 화장실’ 산폐장 포화에…불법매립 유혹도 커진다
  3. 3부울경 메가시티 첫발, 합동추진단 가동
  4. 4가야 사적 함안 말이산 고분군, 남문외 고분 포함해 확대 지정
  5. 5오늘의 날씨- 2021년 7월 30일
  6. 6스쿨존 이제 車 못댑니다…골목 주차대란은 ‘어쩌나’
  7. 7불러도 응답 없는 서구청장…구의회 출석요구 상습 거부
  8. 8부산 코로나 소폭 감소, 산발적 신규 감염 여전
  9. 91900명 육박…또 최다 확진
  10. 10참전용사 숭고한 희생…이젠 우리가 ‘위트컴 정신’ 되살릴 차례
  1. 1허광희·안세영 8강행, 배드민턴도 메달 보인다
  2. 2동의대 펜싱 ‘금빛 요람’…비결은 혹독한 훈련·든든한 동문
  3. 3마세건·박상영, 펜싱 에페 단체전서 부진 씻을까
  4. 4잘 싸웠다, 조구함 울지마
  5. 5수영 황선우 100m 결승 5위…69년 만의 아시아 최고 성적
  6. 6막강 홈팀 일본은 피했다…김학범호, 멕시코와 8강서 격돌
  7. 7[올림픽 통신] 일본 메달 사냥 승승장구…오사카 비난 눈총
  8. 8배드민턴 여자 복식 2개조, 4강행 ‘어깨동무’
  9. 9도쿄 올림픽 한국 메달 현황- 29일 오후 8시30분 기준
  10. 10“주 종목 마쳐서 후련…동양인도 할 수 있어”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나경원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은혜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21년 6월 25일 아침에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기고 [전체보기]
‘중증질병 애프터케어’ 도입 서둘러야 /서지연
생활 속으로 들어온 드론, 안전이 최우선 /이상일
기명칼럼 [전체보기]
일본과 중국을 생각한다
미래 한국을 책임질 창조산업
기자수첩 [전체보기]
토양 오염 별일 아니라는 공무원…파 보고 얘기합시다 /신심범
대표팀 선발은 골든글러브 시상이 아니다 /권용휘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현대음악에 맞는 기보법 필요
국제성을 띤 악기 태평소
도청도설 [전체보기]
귀이빨대칭이 사연
화천의 기적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슬기로운 코로나19 대처방법 /신우원
과속은 패가망신 지름길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맛집’에 줄서는 당신, 부끄러워 마시라
‘노포’의 조건
사설 [전체보기]
기대 못 미친 2단계 추진안, 재정분권 아직도 갈 길 멀다
합격 통보 오류, 시교육청 채용시스템 이리 허술해서야
여론 광장 [전체보기]
코로나시대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광두레’ /조윤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국방부 장관의 여섯 번째 사과
동네북 된 공무원 특공
정책 제언 [전체보기]
가상화폐 정책과 블록체인 특구 /김홍배
국가 물류경쟁력과 해운선사 공동행위 /김병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필하모니 감상시간
오월의 노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올림픽 ‘아시아와인트로피’
스타일 알면 행복해질 수 있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대한민국 부산호’ 항해가 성공하려면 /오성근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백제 산수문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 2021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2021극지체험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