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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곰탕집 진실은 피해자 진술에 달렸다 /정유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1 19:26:36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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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세간의 화제이다. 최근 이 사건의 2심 판결이 선고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피고인은 1심에서 무죄를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하루아침에 철창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이슈가 되었다.

2심은 피고인에게 그대로 유죄를 인정하되, 감형하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는데, 초미의 관심사였던 ‘단 1.33초 만에 성추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서는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피해자 여성의 말을 취신하고 1심 유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위와 같이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확립된 판례를 가지고 있다.

우선, 대법원은 사람이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실에 대한 기억은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흐려질 수는 있을지언정 오히려 처음보다 명료해진다는 것은 이례에 속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이 경찰, 검찰, 제1심 법정에서 단계적으로 진술내용이 불어나면서 구체화 합리화되어가는 경우,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2도2884 판결).

또 피해자의 진술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일이 경과할수록 사고(사건)현장의 상황에 부합하도록 진술내용이 번복되어 왔다면 그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7도852 판결). 즉, 대법원은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이 흐려진다는 점에 착안하여 그 진술이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오히려 구체적으로 변하거나 처음 진술보다 더욱 명료해질 경우에는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가질 사정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곰탕집 사건과 같은 성범죄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여부 이외에도 그 진술상 경험칙에 반하고 비합리적인 부분은 없는지 여부도 살피게 된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과 관련하여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하여 매우 전향적인 판결을 내린 바 있다(대법원 2018도7709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성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여서는 아니 되고,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범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대법원의 입장이 곰탕집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이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는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판결방향이라 생각된다. 성인지 감수성의 관점에서는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함부로 배척되는 억울한 경우가 사실상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무고한 경우가 존재하는 바, 성인지 감수성에도 불구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법의 대원칙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변호사 · 법무법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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