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나라, 일본을 대표하는 신칸센은 시속 300㎞가 넘는 빠른 속도뿐만 아니라 쾌적한 객실 환경으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신칸센이 한결같은 청결함과 높은 고객 만족도를 유지하며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점인 도쿄역에 들어온 신칸센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12분. 승객이 내리는 데 걸리는 2분과 다음 승객이 타는 데 걸리는 3분을 빼면 7분 남짓이 남는다. 10량(1개 팀 22명)이나 16량(2개 팀 44명)의 신칸센을 7분 안에 완벽하게 청소하는 것, 이것이 전 세계가 주목한 ‘텟세이(TESSEI)’ 직원의 미션이다.

2교대 11개 팀으로 구성된 텟세이 직원들은 매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평균 110대, 성수기에는 170대에 가까운 신칸센을 청소한다.

좌석 수로는 하루 12만 석이니 어림잡아도 1년에 4300만 석이 넘지만, 클레임은 한 해에 고작 대여섯 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은 열차 운행 스케줄상 테이블은 닦지 않아도 된다는 신칸센 측의 요청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미국 CNN은 이러한 텟세이 직원의 신칸센 청소작업을 ‘7분의 기적(7 minute miracle)’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는 텟세이의 사례를 필수경영교재에 싣기도 했다. 국제철도연합(UIC)을 비롯한 한국과 프랑스, 중국 국철이 앞다투어 벤치마킹에 나선 것은 물론이다.

사실 텟세이는 JR동일본(동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의 11개 청소회사 중 하나에 불과한, 그저 그런 기업이었다. 텟세이 직원들은 칙칙한 유니폼을 입고 한여름 에어컨도 없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허겁지겁 뛰어나가 작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3K(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뜻의 일본어 앞 글자) 직업이라 명명된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는 없었다.

직원이 자주 그만두는 데다 사고나 클레임이 끊이지 않았던 텟세이를 세계 최고의 토털 서비스 기업으로 만든 것은 2005년 환대창조부장으로 취임한 야베 데루오였다. 1966년 일본국유철도에 입사한 이후 40여 년을 전차와 객실의 안전 대책 전문가로 지냈던 그는 ‘직원을 떠받들면 손님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에 따라 현장 직원의 자부심을 살리는 일에 착수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직원이 스스로를 ‘우리는 한낱 청소부’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신칸센과 신칸센을 타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여행의 추억을 파는 사람’으로 규정하게 되면서 텟세이는 청소뿐만 아니라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도 최고가 됐다. 전 세계가 주목한 기적은 그렇게 탄생했다.

올해 부산은행의 경영방침은 ‘리디자인 뱅킹(Redesign Banking), 은행업의 재설계’다. 은행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의 입장에서 돌아보고, 고객이 평소 불편함이나 아쉬움을 느꼈을 법한 아주 작은 부분까지 개선해 진정한 고객 감동을 실천하자는 필자의 ‘고객중심경영’ 철학을 담았다.

이러한 리디자인 뱅킹의 하나로 ‘가장 빠른 은행(FAST BANK)’이 되기 위한 혁신 사업을 전 행적으로 추진 중이다. 가장 빠른 은행 실현은 사실 거창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업무량 경감을 통한 신속한 업무처리로 직원과 고객 모두의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최우선 실천 과제로 잡았다.

불필요한 업무는 제거하고 번거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함으로써 고객의 요구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고객과 마주하는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고객에 정성스러운 응대가 가능하고, 고객을 진심으로 기쁘게 하는 결과가 따라온다.

당행의 고객 중심경영 구호가 ‘직원은 즐겁게! 고객은 기쁘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원과 고객이 모두 감동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필자가 추구하는 경영의 핵심이다.

“훌륭한 경영은 사람이 오래가는 기업이다. 기업, 회사,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들이 곧 경영이다. 경영을 말할 때 그 안에 속한 사람들 이야기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기발한 아이디어, 최첨단 마케팅 이론, 잘 짜여진 조직시스템은 기업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종종 과다한 액세서리에 관심을 빼앗긴다. 경영의 중심인 사람을 잊어버린다.”

야베 데루오 환대창조부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BNK부산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