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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정치실종에 경제 곤두박질, 국민은 심란 /김경국

민생뒷전 증오만 폭발…‘내편’ 아닌 국민을 봐야

물밑에선 ‘출구’찾아야…경제수치 최악,국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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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실종됐다.

‘민의의 전당’이 ‘폭력의 전당’으로 돌변했다. 막말과 고성은 일상사가 돼버렸고, 공사장이나 동네 깡패들의 싸움에서나 볼 수 있는 ‘빠루(노루발장도리)’까지 등장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식물국회’가 이번에는 육탄전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로 변했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등을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패싱’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이후 국회에서 일주일 넘게 목불인견의 추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국회의장이 여성 의원의 뺨을 만졌다고 성추행범으로 몰아갔다. 충격을 받은 의장은 저혈당 쇼크로 입원하고,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의원도 정신적 쇼크를 호소하면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원 사보임 신청서가 팩스로 전달됐는가 하면 의장은 이를 병상에서 결재했고, 법안도 온라인으로 제출돼 급기야 33년 만에 국회경호권이 발동되는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추태가 총동원됐다.

집권여당은 어떤 방식을 동원하든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무조건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고, 제1 야당은 결사저지하겠다는 결의로 맞섰다. 마주보는 열차가 달리는 ‘치킨게임’이다. ‘구태’로 비난받아온 과거 국회에서도 낮에는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밤에는 대화와 타협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정치에 ‘타협’이란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의 광기” “종말을 보여주겠다” “좌파독재의 야만적 폭정”…. 여야 지도부의 입에서는 상대방을 향한 저주 섞인 말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막말시비를 불러일으켰던 “김정은 대변인” “극우세력과 토착왜구 세력의 대변인” 등의 말들은 이제 정쟁거리도 못 될 정도다.

정녕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방향조차 가늠할 수조차 없다. 어디에도 중간지대는 없어졌다.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온갖 문제점으로 인한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는 독선적 행태로 ‘협치’의 뿌리를 뽑아버렸던 청와대는 사태가 이런 데도 덤덤하다. 중재노력은커녕 오히려 조국 민정수석은 SNS로 야당을 자극하고 있다.

여야가 ‘맞고발전’에 나서고 전선은 법정으로 확대됐다. 민주당은 한국당 나경원 원대대표 등 의원 29명을 무더기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당도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포함한 의원 17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여기에 양측은 추가고발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판사판이 시작된 것이다. 민생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밀려나고, 광기 어린 증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느 한쪽이 잘했느니 못했느니, 누가 원인을 제공했느니 하는 잘잘못은 이제와서 따지고 싶지 않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념이 다른 집단이 한 공간에 있으면 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線)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설령 선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출구도 생각해야 한다. 그게 국민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다.

식물국회가 동물국회로 변해가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은 -0.3%로 집계됐다. 10년 만의 최저치로 충격적인 수치다. 설비투자는 -10.8%로 2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외국기관들까지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꾸고 있다. 실적을 공시한 상장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평균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기업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함몰된 정치권은 경제를 돌볼 여력이 없다. 청와대는 “대외 경제여건이 원인”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좋은 지표 알리기’ 팀을 강화한다고 한다. 여전히 독선적이다. 하지만 그 독선을 견제할 국회는 지금 실종상태다.

이제 ‘출구’를 생각할 때다. 아직 임기가 1년도 더 남은 20대 국회를 벌써 포기할 수는 없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등 시급한 입법과제가 산적해 있다. 언제까지 ‘우리편’만 보고 정치를 할 것인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지층 결집도 좋지만 국민이 우선이다.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니다. 국민통합은커녕 국론·국민분열에 정치권이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포용’은 가진 자의 몫이다. 그리고 정치는 종합예술이다. ‘포용’이 전제된 종합예술이라면 못 이뤄낼 합의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과 정치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도 1년 뒤 내릴 심판을 염두에 두고 두 눈을 부릅뜰 때다.

서울본부장·서울정치부장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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