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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짐 로저스의 ‘한반도 투자론’ /박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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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9 19:21:4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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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에 자주 등장해 화제를 뿌리는 투자전문가가 있다. ‘금융계의 인디애나 존스’ ‘월스트리트 투자의 전설’이라 불리는 짐 로저스(77)가 그 주인공이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잘 알려진 그는 수년 전부터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고, 통일 한국이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운 좋게도 짐 로저스와 아침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22일 ㈔한일터널연구회가 부산 기장의 아난티코브 펜트하우스에서 주최한 조찬회에서였다. ‘투자의 귀재’와 식사한다는 기대감에 밤잠까지 설쳤다. 시간 맞춰 그가 나타났다. 작은 체구에 친근한 인상. 수행자는 통역 1명뿐이었다. 사회자가 한 말씀을 부탁하자 그는 마이크도 쓰지 않고 밥상머리 대화처럼 스피치를 시작했다.

“북한을 주목하라. 나의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 아무것도 없는 북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투자 기회다. 북한이 개방되고 통일이 된다면 세계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나라가 될 것이다. 한국사람이 듣고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앞으로 10~20년 사이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역동적인 곳이 될 것이다.”

짐 로저스는 한반도 상황을 보는 일본의 묘한 입장도 언급했다.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8000만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갖춘 통일한국은 경쟁력에 있어 일본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 통일과 개방을 좋아할 리 없다.”

이날 짐 로저스는 해저터널연구회 고문으로 추대되었고, 오후에는 부산대에서 명예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사회가 짐 로저스를 단순히 돈만 좇는 투자가가 아니라, 혜안과 철학을 갖춘 투자전문가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짐 로저스는 “한일해저터널은 유라시아 철도망과 함께 세계를 역동적으로 변화시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향후 통일한국의 중요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세계적 거물답게 짐 로저스는 국내 여러 언론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첨예한 이슈인 북핵 문제를 낙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말 듣지 말고 한국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은 한반도와 수천 ㎞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한국인이 젓가락을 쓰는지도 잘 모른다. 워싱턴 관료들 몇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는 또 “내가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우리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테니 핵무기를 없애라고 하겠다. 그리고 비무장지대에서 K팝 콘서트를 펼치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은 왜 전쟁상태를 그냥 두는가. 젊은이들의 군 복무 비용을 줄여 다른 데 쓸 궁리를 하라”고도 했다.

짐 로저스의 말에 일희일비할 건 아니지만 한반도 정세를 낙관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하라는 조언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한마디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돈이 된다’는 것 아닌가. 짐 로저스의 통일 대박론은 정치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분석이다.

짐 로저스의 낙관론은 북한과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사회 내부의 복잡한 시선과 비관론에 일침을 가한다. 북한·북핵을 둘러싸고 벌이는 남남갈등과 좌우 대립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갈등과 대립 속에 통합·통일의 길이 멀어지는 데도 여전히 소모적 싸움에 매달려 있는 양상이다. 짐 로저스는 이런 현실을 뛰어넘어 한반도의 전향적 미래, 통일한국의 희망을 얘기한다. 통일한국이 일본을 능가할 것이란 예측은 얼마나 통쾌한가!

아침 잘 먹고 큰 것 배웠다는 생각이다. 조찬 말미에 짐 로저스가 평범한 어조로 속삭이듯 말했다. “가장 좋은 배움이란 거리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오토바이 세계일주 여행에 나서 52개국 16만 ㎞를 주파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리고 늦둥이 두 딸을 가족의 최고 희망이라고 자랑한다. 거리에서 세상을 보는 것. 날카로운 분석력과 예지, 현장체험, 가족사랑을 강조하는 이 말은 짐 로저스 투자론의 핵심이다.
짐 로저스의 한반도 투자론이 답답한 남북 북미 간 협상을 트는 고리가 되고, 통일의 꿈을 실현하는 기폭제가 되길 희망해본다. ‘한반도 통일에 걸겠다’는 그의 말에 한 번 걸고 싶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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