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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판이 커졌다, 더 크게 ‘북’을 울려라 /이승렬

비핵화 판에 러시아 변수, 北 우군화 확대 전략 분명…‘하노이 노딜’ 美 원인 제공

로저스, 통일한국 강국론…북 변화 이끌 ‘큰 울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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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이 커졌다. 비핵화 및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향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러시아가 ‘훅’하고 치고 들어왔다. 지난 25일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서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선언’ 이후 1년 동안 전개된 남·북·미 3각 구도에 러시아가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기존 문재인,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3자 주연에 시진핑 조연으로 진행되며 소강국면에 접어들던 ‘마당극’에 푸틴이라는 유력한 배우가 투입돼 다시 긴장감이 높아진 셈이다. 마당극에서는 무대가 열리면 북을 울려 본격적인 판의 시작을 알린다. 그런데 판이 더 커지면서 극의 전개가 더욱 팽팽해져 관객들의 가슴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은 극적 전환이다. 우선 러시아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비핵화 협상에서 발언권이 약화된 중국과 다르다.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1년 동안의 남·북·미 3각 대화 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돼 있던 러시아가 미소 짓고 있을 것은 자명하다. 북·러 정상의 이번 만남은 김 위원장의 이른바 ‘우군 확대 전략’과 극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강화 및 경제개발 속도전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의 필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성사됐다. 러시아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의미 있는 목소리를 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단독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을 위한 북미 남북 대화와 노력을 지지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양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최근 상황에 대한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누구도 원치는 않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북한으로서는 충분한 사전 협의까지 거친 후 만난 하노이회담 테이블에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격이 되면서 말 그대로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길이 바로 러시아 카드를 통한 판 키우기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다음 날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갖고 다시 한번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자 대화를 강조했다. 북·중·러 간 새로운 밀착 관계 형성은 결국 미국이 양자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지나치게 높여버린 것에서 기인한 셈이다.

이런저런 이유 등으로 판문점선언 1주년이 초라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1년 동안 변한 것이 별로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삶도 계획대로 실현하기 힘든 것이 세상 이치인데 국가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예상대로만 될 턱이 있겠나? 더불어 지난 1년 동안 일어난 커다란 변화들을 부정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북한의 핵실험에 불안해 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리고 꽁꽁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한민족과 세계인들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핵 · 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한 김 위원장과 북한이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어졌다. 김 위원장의 경우 지난 1년 새 시 주석 4차례, 문 대통령 3차례, 트럼프 대통령 2차례, 푸틴 대통령을 1차례 등 잇따라 만났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만 뺀 나머지 주변국 정상과 10차례나 만났다. 가히 지난 1년 동안 세계 외교의 주인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관건은 조급함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제 겨우 1년이다. 최근 말로는 미국과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적 언사를 내놓고 있지만, 핵실험 등 극단적 행동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울림이 큰 목소리들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3대 투자자 중 한 명인 짐 로저스 회장이 최근 부산에서 설파한 ‘통일 한국 경제 강국론’은 비상한 관심을 갖게 한다. 로저스 회장은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통일된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잠재력이 큰 나라가 될 것이다. 남북한 경제가 통합되면 일본은 경쟁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많은 투자자가 지금 북한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 영상메시지에서 “우리 민족은 평화를 누리고 함께 대륙을 꿈꿀 자격이 있다. 좀 더디게 오신다면 기다려줘야 할 때”라고 말한 부분과도 맥이 닿는다. 같은 날 아침 북한의 김 위원장은 푸틴과의 블라디보스토크 만남을 뒤로하고 평양역을 통해 귀환했다.

마당극의 판이 커지면 북소리도 더 크게 울려야 하는 것처럼, 더 커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 판에서 ‘북(北)’의 마음을 더 크게 울릴 목소리와 제언이 잇따라야 할 것이다.

편집부국장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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