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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우생순’의 꿈 /염창현

부산시설공단 女 핸드볼팀, 지속 투자로 통합우승 차지

성적 부진한 연고 프로구단, 타산지석의 교훈 바탕으로 지역 팬들에게 기쁨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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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산시청 1층에서는 작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2018-2019 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정상에 오른 부산시설공단팀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비스코(bisco)’란 이름의 이 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SK 슈가 글라이더즈와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종합전적 2승 1패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비스코의 우승이 2011년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출범한 이래 처음이라는 사실. 정규리그 1위였던 비스코는 여세를 몰아 챔피언결정전에도 승리를 맛보면서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이 자리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은 2008년 개봉됐던 핸드볼 소재 영화인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야기를 꺼냈다. 오 시장은 “비인기종목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고 오로지 핸드볼에 대한 열정만으로 우생순의 꿈을 이룬 비스코에 부산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을 했다. 이어 비스코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부산시 실업팀에 대해 전폭적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축하객은 많지 않았다. 이날 자리를 메워주었던 다수 공무원이 없었다면 아주 쓸쓸한 잔치가 될 뻔했다. 언론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 시장의 말마따나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이 갖고 있는 위상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그래도 부산 체육계는 비스코의 통합우승에 잔뜩 고무되어 있다. 특히 지역 체육인들은 부산시설공단의 과감한 투자가 비스코의 첫 통합 우승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승에 목말랐던 비스코는 2014년 한국 핸드볼의 전설로 통하는 강재원 감독을 영입한 것으로 시작으로 매년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올해에는 여자 핸드볼 팀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인 케시 달링(미국)까지 합류시켰다. 이런 노력은 결국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말이 나온 김에 따져 보면 구기종목에서 부산 연고 성인 구단이 정상에 오르는 것은 프로·실업무대를 통틀어 흔하지 않다.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서 활동 중인 부산교통공단 축구단도 아직 우승 문턱을 밟지 못했다. 열성 팬이 많은 프로 종목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타 지역에 뒤지지 않는 프로 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니 팬들로서는 불만스러운 게 당연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27년째 무관이다. 프로농구에서는 1997년 리그 출범 당시 부산에 둥지를 틀었던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후에는 우승팀이 나오지 않았다. 프로축구 역시 부산 연고팀의 성적은 저조하다. 대우 로얄즈가 4번(1984, 1987, 1991, 1997년) 정상에 오르며 K리그 초창기의 강자로 군림했으나 그 뒤에는 우승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올해에도 부산 연고 구단의 앞날은 순탄하지가 않다. 프로농구 KT 소닉붐은 최근 끝난 2018-2019 시즌에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패배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올해도 상위리그인 K1이 아니라 하위리그인 K2에서 긴 여정을 시작했다. 과거 부산 연고 구단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초반 성적도 좋지 않다. 10개 구단 가운데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부산에는 올해 또 하나의 프로구단이 추가됐다. 최근 BNK 캐피탈이 창단한 ‘BNK 썸 여자 프로농구단’이다. 야구와 축구, 남자 농구에 이어 여자 농구팀까지 만들어졌으니 시민들은 말 그대로 ‘골라보는 재미’를 갖게 됐다. 하지만 신생 팀이 얼마나 잘할지에 대해서는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제는 부산 연고 구단들이 힘을 낼 때도 됐다. 늘 시즌 개막 전에는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다짐을 내놓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빈말이 된 게 한두 해가 아닌 까닭이다. 다혈질로 소문난 부산 팬들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게 신통할 따름이다. 마음 같아서야 서슴지 않고 응원팀을 바꾸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매정하게 고향 팀을 버리기도 힘드니 속만 탈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와 실업리그를 같은 잣대로 측정해서는 곤란하다. 여자 핸드볼만 해도 팀 수는 8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부분이 자치단체나 산하 기관 소속이다. 전체 예산이나 선수 연봉 등에서 프로무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공은 다같이 둥글고 경기 결과는 끝나봐야 안다’는 스포츠계 격언을 적용하자면 지역 연고 구단이 비스코를 눈여겨봐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승을 하려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다. 전력 보강 없이 현상유지에 급급하면서도 시선은 높은 곳을 향하겠다는 태도는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분발을 기대한다. 우생순의 꿈을 이뤄 시민과 팬들에게 벅찬 감동을 주기를 갈망한다. 모든 스포츠 구단의 바람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는 게 아니던가.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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