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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박찬호의 ‘한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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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의 140여 년 역사에서 가장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전설적인 투수 ‘사이 영’이 세운 통산 511승이 첫손에 꼽힌다. 1890년부터 1911년까지 무려 7377이닝을 던지며 수립한 것이다. 이는 과거 USA투데이의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도 ‘불멸의 기록’ 1위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는 1982~1998년 칼 립켄(볼티모어)의 2632경기 연속 출장, 1941년 조 디마지오(뉴욕 양키스)의 56경기 연속 안타가 뒤를 이었다.

올해로 37년 된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이른바 ‘넘사벽’의 기록이 꽤 많이 쌓였다.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의 타율 4할1푼2리, 1994년 이종범(해태)의 한 시즌 도루 84개, 2001년 펠릭스 호세(롯데)의 60경기 연속 출루 및 5할3리 출루율, 1997년 정경배(삼성)의 우리 역사상 최초인 연타석(1, 2회) 만루홈런 등이 그것이다.

투수 부문에서는 재일동포 출신 장명부(삼미슈퍼스타즈)의 1983년 시즌 30승, ‘국보급’ 선동열(해태)의 1993년 평균자책점 0.78이 거의 ‘난공불락’으로 여겨진다. 특히 선동열은 한 시즌 ‘0점대 방어율’을 1986·1987년 등 3차례나 이뤘다. 요즘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방어율 1점대 투수도 찾아보기 힘드니, 그의 대기록은 앞으로 영원할 거라는 관측도 무리가 아니다. ‘무쇠팔’ 최동원도 빼놓을 수 없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렸고, 한 시즌 최다 탈삼진 223개를 일궈냈으니 말이다.

어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이 20년 전 같은 날 LA다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경기에서 작성된 대기록을 재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 이닝에 만루 홈런 2개가 동일 타자와 동일 투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 팬 사이에 일명 ‘한만두’로 지금도 회자된다. 그런데 희생양이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였다. 그는 3회 초에만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만루 홈런 두 방을 얻어맞았다. 그보다 복권에 당첨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란 표현이 나오고도 남는다.
그러니, MLB닷컴도 “아마 다시는 나오지 않을 진기록”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앞서 박찬호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나, 뼈아픈 기억일 터다. 하지만 그는 ‘한만두’ 이후 주저앉지 않고 삭발 투혼으로 7연승 가도를 달렸다. 아울러 3년 연속 10승 고지에 올랐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를 겪으며 더 성숙해졌다”고 밝혔다. 그걸 바탕으로 아시아 투수 최다 124승의 위업을 달성했으니, ‘한만두’가 그에게 독이 아니라 오히려 쓴 약이 된 듯하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결국 마음 먹고 극복하기 나름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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