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원내대표 간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를 추인하는 절차를 모두 마쳤다. 어제 각자 의원총회를 통해서다. 여당인 더불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예상대로 무난하게 통과시켰고, 최대 관건이었던 바른미래당에서도 진통과 표 대결 끝에 추인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음에도 지지부진한 이들 개혁과제의 추진 불씨가 가까스로 살아난 것이라 다행스럽다.

이들 법안은 연동률 50%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다. 4당 원내대표는 25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에서 이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작업을 완료하기로 앞서 합의한 터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처리에는 최소 270일, 최장 330일이 걸린다. 따라서 선거법 개정은 빨라야 내년 1월 중순 마무리될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선거제 개혁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정당 득표율과 국회 의석수의 큰 괴리로 민심이 왜곡되고, 승자 독식구조인 현행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이제 말할 나위가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물론 선거제는 여야 모두의 합의로 이뤄지는 게 최선인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빠진 것은 아쉽다. 하지만 한국당에게는 자업자득이다. 그간 선거제 개혁 논의에 발목을 잡았고, 뒤늦게 비례대표 폐지 등의 위헌적 안을 내놨으니 말이다. 이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의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인에 대해 총력저지 운운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20대 국회는 없다”(나경원 원내대표)처럼 극단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은 엄연히 국회법에 따른 절차다. 한국당이 마냥 반대한다고 안 될 게 아니다. 정국이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여권의 정치협상력 부족도 있겠지만,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한국당은 지금부터라도 타협과 합의를 위한 정치 본연의 노력에 적극 나서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