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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가끔은 위험하시기를 /이거룡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17 19:28:4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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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시기를, 가끔은 위험하시기를!” 요즘 내가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내며 건네는 끝인사말이다. 실은 이 인사는 나에게 건네는 경계의 말이기도 하다. 늘 시끄럽고 요동치는 것이 나의 삶이지만, 그러다가 간혹 작은 안락을 만나면 머무르기 일쑤인 나를 다잡고 채찍질하는 다짐이다. 삶이 편안하다면 위험하지 않다는 말인데, 편안하시라고 하면서 또한 가끔은 위험하시라는 나의 인사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내가 이런 인사말을 지인들과 나에게 건네는 것은 위험과 편안함이란 서로 싸우면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삶의 두 짝임을 믿기 때문이다.

삶은 편안함과 위험을 두 축으로 하는 타원형이다. 이 두 축을 오가며 기우뚱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삶이 의미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편안한 일상은 위험한 일탈을 위해 있으며, 탄탄한 일상이 없다면 위험한 일탈은 불가능하다. 위험하기만 해도 문제가 있는 것이 삶이지만, 편안하기만 하여 무덤덤한 삶은 더욱 치명적이다. 삶이 무덤덤하면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한 삶이기 때문이다.

고대 인도의 탄트라전통에 따르면 재미란 나의 존재와 인식에 근본적인 확장과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의미심장하지만 치명적인 경험이다. 재미는 위험과 통한다. 재미있으면 위험하고, 스릴이 있어야 재미가 있다. 그러면 왜 재미있는 경험이 위험하고 심지어는 치명적일까. 재미있는 순간 나는 초인이냐 폐인이냐의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가 하면, 걸림 없이 허공을 날 수도 있는 순간이 바로 재미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편안하다는 것은 나의 삶이 윤회에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윤회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있는 한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흔들리는 한 위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나의 삶이다. 그럼에도 나는 대개 위험보다는 편안함에 초점을 둔 삶을 택한다. 재미있는 것은 좋아하면서도 위험한 것은 싫어한다. 돌이켜보면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하면 편안할까, 안전할까에 초점이 있다. 위험한 것은 무조건 피하라고 가르친다. 위험을 용서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살아있는 한 위험하다. 살아있다는 것은 괴지 않고 흐른다는 말이며, 괴지 않고 흐르는 삶은 위험하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위험으로 열매를 얻는다. 씨앗은 꽃보다 안전하다. 단단한 껍질 속의 씨앗은 안전하다. 그러나 꽃을 피워 열매를 얻고자 한다면 위험하지만 싹을 내야 한다. 꽃은 위험하다. 위험하니까 꽃이다. 운수 사납게 모진 바람이라도 만나면 목을 꺾고 땅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 비행기도 그냥 뜨지 않는다. 도무지 그 큰 덩치를 지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작은 바퀴 세 개, 노심초사 까치발로 활주로까지 기어가서 온몸을 떨며 땅을 박찬다. 비행기라고 왜 두렵지 않겠는가. 그러나 땅을 버리지 않는 한 하늘을 얻을 수 없다. 이륙 직후의 비행기가 그런 것처럼 누구든 무엇이든, 일정한 방향과 목표를 지니는 한 온몸을 떨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하다는 말은 ‘피하라’는 말이 아니라 다만 ‘조심하라’는 말일 뿐이다.

위험과 편안함, 삶의 이 두 축 중에서 위험에 방점을 찍어 사는 사람을 수행자라고 한다. 인도의 초기 불교수행자들은 수하좌(樹下坐), 걸식(乞食), 분소의(糞掃衣), 진기약(陳棄藥)이라는 네 가지에 의지해 살았다. 자발적으로 위험한 삶을 받아들인 것이다. 오늘은 이 동네 어느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지만 내일은 어디에 머리를 눕힐지 모르고, 오늘은 이 거리에서 탁발 식사를 하지만 내일 식사는 보장되지 않으며, 새 옷을 입는 일이 없고 쇠오줌을 발효시킨 비상약만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수행자의 삶이었다. 위험한 삶이야말로 이들이 희구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삶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진짜 수행자들의 안부인사는 “위험하시기를, 가끔은 편안하시기를!” 이어야겠지만, 나 같은 범부는 나와 지인들에게 “편안하시기를, 가끔은 위험하시기를!”이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선문대 대학원 통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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