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해 첫 경제동향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기업의 설비투자, 생산, 수출, 소비, 실업률, 일자리 등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참담한 성적표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일이 많아졌다. 일각에선 경제위기는 과장된 것이며 일부 언론이 만들어 낸 허세라고 하고, 다른 일각에선 한국의 경제상황이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기냐 아니냐를 떠나 우리 경제 상황이 중대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심각하다.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빚 상환능력은 떨어지는 반면 빚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이 국제기구의 분석이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무려 96%에 이르고 금액으로는 1500조 원에 이른다. 상승속도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팔랐다고 한다. ‘빚 걱정이 태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벤처기업인들을 만나고 대기업들의 얘기도 많이 듣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이다. 대통령이 경제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수록 우리의 경제 위기관리도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당국 수장들, 금융당국 관계자들, 그리고 금융업종사자들 모두 부채증가를 더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상황이라는 점을 공감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을 생각해 본다. 가계부채의 위험은 금리 상승, 전세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가계부채가 당장 시장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하더라도 시장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가계부채 규모가 GDP수준에 근접하며 채무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등 경제활력 저하 우려가 충분한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떨어지는 전세금에 세입자도, 집주인도 좌불안석이다. 750조 원으로 추산되는 ‘전세부채’ 폭탄에 매매가와 전셋값의 동반 하락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즉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증금과 세입자가 은행에서 빌린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곳곳에서 현실화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집을 팔아도 보증금에 모자란 ‘깡통전세’마저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불 붙으면서 소위 말하는 ‘갭투자’로 집을 산 사람들이다. 특히 2016, 2017년 전셋값이 급등해 일시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지자 소액의 자기자금만 가진 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에 기대어 집을 샀던 사람이 많다. 이러한 역전세 및 깡통전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경기가 2017년부터 2년째 기울어진 여파로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경남 거제시는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무려 35%나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울산 북구 지역은 현재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21%가량 떨어져 있다고 한다.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은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찾을 수밖에 없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급매가 차츰 등장하면 집값은 당연히 하락하게 된다.

정부가 친기업 친시장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경제활력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96% 상황에서는 일자리 증가를 통해 부채 상환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지나온 짧은 기간 동안 전 세계가 부러워한 기적을 이룬 우리 경제가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향한 재도약을 위해 우리 앞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이삭푸드서비스(주) 경영고문·전 인제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