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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회적 인식 변화 반영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11 19:13:07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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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근거인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대해 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중절을 벌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1953년 낙태죄가 생긴 지 66년, 2012년 헌재가 낙태죄를 합헌 결정한 지 7년 만의 일이다.

낙태죄 존폐의 찬반 여부를 떠나 이 죄의 적용 자체가 현실과 유리됐다는 인식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만 15~44세 가임기 여성의 임신중절 건수를 2017년 기준 5만여 건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실제 이 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사례도 드물지만 의료계 등에서 추산하는 실제 시술 건수는 이 수치의 10~20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제도의 맹점을 타고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낙태를 통해 여성 건강이 더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또 형법에서는 낙태죄를 처벌하게 돼있으나 모자보건법 시행령상에는 강간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등 법 자체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져 있다. 결국 이번 헌재 결정은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면서 ‘미투 운동’ 등으로 높아진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낙태의 무한정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헌재도 이날 결정에서 임신 초기 낙태까지 금지한 부분을 위헌이라고 했다. 헌재가 한도로 언급한 기간은 22주 내외이다. 낙태를 허용하는 대부분 나라도 임신 직후엔 전면 허용, 12~24주는 사유별 허용, 그 이상은 원칙적 금지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구분의 타당성에 대해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으론 이례적일만큼 긴 기간인 내년 연말까지 법 개정 시한을 잡은 것은 이같은 논란과 입법상 어려움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임신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어느 것을 우위에 둘 것이냐의 문제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일단 법적 논란에는 종지부가 찍혔다. 그러나 종교계 등의 반발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이 없도록 관련 부처와 국회가 법 개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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