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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재벌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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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훌륭한 자선·복지사업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1919년 숨질 때까지 자신의 전 재산 4억9000만 달러로 수많은 도서관을 짓고 대학과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금을 아낌없이 내놨다. 하지만 자식에게는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상속은 자식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망치게 만든다’는 지론에서다.

카네기 외에도 미국 부호들의 재산 사회 환원이나 기부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중 어느 대기업 회장의 말은 음미할 만하다. “부(富)는 거름과도 같아서 쌓아두면 썩은 냄새를 풍기지만, 뿌려주면 많은 것을 자라나게 합니다.” 오늘날 미국의 번영에는 자본가들의 이 같은 건전한 상속관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혈연의식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 재벌가에는 아직 상속문화가 팽배하다. 총수가 별세하면, 경영권 승계와 함께 상속세가 화제를 모으는 것도 한 단면이다. 과거 1987년 이병철 삼성 회장이 타계한 후에는 176억 원의 상속세를 두고서 쑥덕공론이 많았다. 당시 그룹매출 규모만 20조 원대인 최대 재벌치고는 너무 적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5년 뒤 그의 아들인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의 타계 후 유족 상속세가 254억 원이었던 것과도 대조돼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경제 성장과 함께 재벌의 상속세도 갈수록 커졌다. 1999년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선친 재산 상속세로 500억 원 넘게 냈다. 그때로는 역대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등 상속인들이 고 구본무 회장에 대한 상속세로 9215억 원을 당국에 신고한 것에는 훨씬 못 미치니 격세지감이다.

최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타계로 재벌 상속세에 다시 관심이 모인다. 지주회사 한진칼의 조 회장 지분은 17.8%. 기본 세율에다 최대주주 지분 상속에 따른 할증을 합치면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여기에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현금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상속세는 2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만만찮은 금액이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을 쉽게 팔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다른 자산으로 상속세를 댈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변칙·편법 상속이나 탈세가 문제이지 상속 자체가 나쁜 건 아닐 터다. 재산형성 과정이 투명·정당하고, 합당한 상속세를 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선진 사회일수록 부를 세습화하는 경향은 줄어든다. 그 대신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 재산을 쓰고 돌려주는 것이다. 최고 갑부인 미국의 빌 게이츠 회장이 세계적 기업인으로 존경받는 이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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