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군은 1782~1783년 미국 독립전쟁 때 활약했던 데버러 샘슨이란 여성이 꼽힌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친척과 이웃 손에 자랐다. 남자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총 쏘는 법을 익힌 그녀는 22살 되던 해 두 번의 도전 끝에 군 입대에 성공한다. 당시 미국에서 여성의 군 입대는 불법이었다. 175㎝ 넘는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던 샘슨은 가슴을 묶어 남장을 하고 이름도 ‘로버트 셔트리프’로 바꿨다. 전투 중 부상으로 정체가 드러나기까지 17개월간 복무했다. 조지 워싱턴 장군이 공적을 인정해 군법 회부 없이 명예 제대시켰고, 그녀와 그녀 남편까지 후한 연금을 받았다.

우리나라 여군은 1950년 9월 6일 6·25전쟁이 터진 지 3개월도 안 돼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결성된 여자의용군교육대가 최초다. 국군은 낙동강으로 내몰리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모병을 시작하자 지원자 3000여 명이 몰렸다. 어린 학생부터 그때 기준으론 할머니에 가까운 50대까지 전 연령층이 망라됐다. 최종 선발된 제1기는 491명이었다. 강제 징집된 군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말 그대로 의로운 군대였다. 창설 행사를 가질 틈도 없이 남자 군복을 입고 전장에 나갔다. 당시 여자의용군의 슬로건은 “비겁한 남성들은 물러가라”였다.

이후 여군은 성장을 거듭해 2018년 현재 1만여 명으로 늘었다. 2002년 간호병과에서 최초의 여군 장군이 배출됐고 2010년엔 전투병과에서도 여군 장군이 나왔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사관학교는 1997년 공사(空士)를 시작으로 육사 해사가 연이어 여성 입교를 허용했다. 학군사관 후보생(ROTC), 학군단에서 여성은 2010년부터 선발했는데 경쟁률이 6 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동아대 학군단에 첫 여성 대대장 후보생이 탄생해 화제다. 독어독문학과 4학년 유현경 씨다. 대대장은 학군단 후보생을 대내외에 대표하고 통솔하는 역할이다. 동아대 학군단은 1961년 부산대 등 전국에 설치된 최초의 학군단 16곳 중 하나다. 2012년 52기부터 여성을 받아 지금까지 9명의 여성 학군장교가 배출됐다. 현재도 9명이 훈련받고 있다. 8일 지상작전사령관에 내정된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23기 선배다. 오늘날 여군은 모두 한반도 비극의 전장을 누비던 여자의용군의 후예다. 국가의 부름을 당당히 받드는 대다수 남성 못지 않게 이들이 있어 우리가 편히 잠을 잔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