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내 주기장(駐機場)은 핵심시설 중 하나다. 항공기가 승객을 태우고 내리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여서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김해국제공항 주기장이 부실 시공으로 바닥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관리체계에 허점을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이 9개월여 보수공사가 진행되면서 항공사와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데다, 사고 우려마저 제기되니 기가 찬다. 이미 수용능력을 훨씬 초과한 포화상태라 이용객 불만과 불편이 가중되는 김해공항에서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7월부터라고 한다. 주기장 일대에 항공기 급유용 송유관을 매설하는 공사를 한 뒤 바닥을 포장한 것에 하자가 생기면서다. 포장으로 멀쩡해야 할 바닥에 잇따라 균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9개 주기장에서 발견됐으니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부실 시공이라 하자 보수명령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고, 관리감독기관인 한국공항공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하자 보수공사로 인해 주기장 9곳이 차례로 폐쇄되면서 승객들의 탑승 불편이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 가능한 주기장 수가 줄었으니 항공편 지연 우려도 높다. 게다가 균열 부위는 항공기 타이어에 파손 위험을 주거나 콘크리트 조각이 기체 엔진에 빨려드는 사고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항공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 점에서 바닥 균열을 엄중하게 인식해 신속 정확하게 보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공사 측이 애초 관리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잔균열이라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자세를 보였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과 대처가 숱한 사고를 불러일으킨 것을 알고 있다면 그렇게 나올 수는 없다. 공사 측은 비판 여론에 뒤늦게 사과했지만, 그것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김해공항 내 각종 시설의 안전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아울러 주기장 균열 부분에 대한 보수공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