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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4월이 온다, 16일도 곧 되겠지… /조봉권

  • 국제신문
  • 문화전문기자
  •  |  입력 : 2019-03-20 19:40:2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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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뒤면 4월이다. 4월이 되면, 어김없이 16일도 올 것이다. 4월 16일. 4·16. 세월호 5주기….

5라는 숫자 앞에서 이상하게 아무런 느낌이 없다. ‘어느새 5주기인가?’ ‘벌써 5주기인가?’ 아니면 ‘이제야 5주기인가?’ ‘어느덧 5주기인가?’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세월호를 두고는 숫자가 의미가 없다. 적어도 내게, 세월호 비극은 언제나 ‘어제 일어난 일’이고 배는 지금도 가라앉고 있다.

음악가 김효근이 작곡한 ‘내 영혼 바람 되어’는 ‘세월호 추모곡’으로 널리 알려졌다. 많은 성악가와 합창단이 불렀고 연주가들은 곡을 연주했다. 유튜브에서 ‘내 영혼 바람 되어’를 틀어놓고 하염없이 듣곤 했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구전 시에서 가사를 따온 곡이라고 한다. 이 노래를 외우고 싶어 많이 들었지만, 언제나 벽에 부딪혔다. 그 벽은 노랫말 가운데 “새가 되어 날아올라”라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만 오면 더 슬프다. 그래서 이 노래를 외우겠다던 생각이 여기서 엎어져 버린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千)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날아오르지 못한 아이들. 새가 되어 날아오르지 못한 희생자들. “날아올라”라는 대목에서 나는 주저앉고 만다. 꿈을 펼치고 삶을 꽃피우며 날아올라야 했을 아이들.

얼마 전 시인을 만났다. 시인은 말했다. “4월이 되면, 우리는 슬퍼지겠죠? 기쁜 일이 생겨도 너무 많이 표를 내면 안 되겠죠? 슬픈 날들이니까.” 시인은 언어에도 감정에도 세상사에도 민감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이들이 그런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내내 슬픔에 싸여 있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삶은 소중하며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삶에서 느끼는 감정의 구성 성분이 희로애락이라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감정을 억지로 다루거나 억압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살면 된다. 다만, 슬플 때 슬퍼하고 예의를 지켜야 할 때 예의를 지키면 된다. 조금만 더 강조하자면, 예의는 ‘지키면 된다’가 아니라 ‘지켜야 한다’가 더 알맞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정치의 목적에서 ‘세월호 사고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하고 다룬 탓에 생긴 세월호 피로감’을 언급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때 그들을 증오했다. 그때 그 말을 정치 목적으로 썼던 사람들을 지금도 증오한다.

이제는 다르게 질문하고자 한다. 세월호 참사 뒤로 나는 바뀌었는가? 바뀌었다면 어떻게 바뀌었는가? 우리 사회는 바뀌었는가? 바뀌었다면 어떻게 바뀌었는가? 과연 풀어야 할 문제는 풀었는가? 해야 할 숙제는 했는가? 우리 생활문화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5주기를 맞는 지금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은 세월호 참사는 내게 ‘어제 일어난 일’이며 우리 사회가 더 좋게 바뀔 때까지 두고두고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다.
바람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4·16 5주기를 즈음해 누군가 작은 음악회나 공연이라도 열어준다면…. 거기서 ‘내 영혼 바람 되어’를 들을 수 있다면 좋고, 아니라도 상관 없다. 어찌 됐든 나는 거기로 달려갈 것이다. 다음 달 3일 세월호 참사를 담은 이종언 감독의 영화 ‘생일’이 개봉한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서 눈물의 의미를 일깨워준 배우 설경구,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진실한 배우 전도연이 주연이다. 아마 이 영화도 보러 가게 될 것 같다.

시작한 김에, ‘내 영혼 바람 되어’의 노랫말 뒷부분도 더 들어본다.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새가 되어 날아올라’를 지나 이 노래를 끝까지 외워 부를 날은 올 것이다.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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