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안을 다니는 내항화물선에 속칭 뒷기름인 ‘무자료’ 연료가 공공연히 공급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관계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한다. 이는 세금계산서 없는 무자료 연료를 화물선에 넣고도 정부의 유류세 보조금을 따로 받아 챙기는 불법행위가 부산항 등 전국 항만에 만연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정황이라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내항선사들에 지원하는 유류세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부정 수급으로 줄줄 샌다는 것이니 말이다.

부산해양수산청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석유관리원이 최근 내항화물선의 유류세 보조금에 대해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지급된 보조금 49억 중 37억 원(75%)에서 유류 수급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유대리점이 각 선사에 공급한 내역과 선사가 보조금 수령을 위해 부산해수청에 제출한 내역을 비교해 보니 이렇게 밝혀졌다. 게다가 외항선용 기름이 내항선에서 발견된 것도 상당수를 차지한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를 볼 때, 무자료 기름이나 값싼 외항선용 연료를 빼돌려 내항선에 공급하고, 정부 보조금을 챙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도 남는다. 그러니 부산해수청의 해경 수사 의뢰는 당연한 조처다. 이 보조금은 선박용 경유에 ℓ당 266.58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난해 부산에서는 71개사에 104억 원, 전국으로는 227개사에 252억 원이 지급됐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제 지급총액 3628억 원과 이번 수급 불일치율을 감안하면 그만큼의 금액이 부정 지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사 측의 부정수급 행위도 문제지만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은 더 큰 문제다. 매년 200억 원이 훨씬 넘는 유류세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그간 별다른 검증·단속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니 기가 찬다. 이래서는 혈세 낭비에 무관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점검을 통해 내항선 기름 공급 전반에 상당한 허점이 노출됐다. 따라서 해수부 등 당국은 유류세 보조금 운영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부정 수급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는 게 마땅하다.